일본 여행을 온 나는 온천이 있는 여관에 숙소를 잡았다.
짐을 풀고 다다미 바닥에 누우니까 진짜 일본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앗차, 다다미에 진드기가 있을 수 있으니까 조심해야지.
나는 몸을 일으키고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현재 시간은 오후 7시 30분, 저녁 식사까지 아직 1시간 정도 남았다.
여기 혼욕탕이 있다고 들었는데...
나는 약간의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여관방을 나와서 온천으로 향했다.
온천의 입구 앞에 세가지 색의 가림막 천이 걸려 있다.
하나는 파란색 男湯(남탕) 하나는 빨간색 女湯(여탕) 마지막으로... 보라색 混浴(혼욕)
헤헤...
조금 망설여졌지만, 나는 보라색 천이 걸린 혼욕탕으로 향했다.
탈의를 한 뒤,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두근거리는 심장을 뒤로 한 체, 외부가 안 보이는 불투명한 유리들로 가려진 미닫이문을 열었다.
역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이건 거의 경로당 수준이었다.
노인들은 나의 의도를 알아챘는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었다.
그래도 넓은 노천탕이 주는 개방감과 따듯한 온천물이 나를 반겨주듯 포근히 감싸주었다.
어느덧, 노인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뜨고 혼욕탕에는 나 혼자 남겨졌다.
슬슬 나가려던 찰나, 미닫이문이 열리고 그곳에서 아리따운 젊은 여성이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흰색 머리에 붉은 눈... 특이한 외모지만, 여기는 엄연히 외국이다.
아참,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어찌됐든, 또래의 여성이 혼욕탕에 들어오다니 혹시 그녀도?
그녀는 나를 보더니 흠칫 놀랐지만, 이내 마음을 굳힌듯 조심히 탕으로 걸어왔다.
어라? 그런데 그녀의 상태가 조금 이상하다.
그녀의 몸을 가린 수건의 아랫 부분에 위화감이 든다.
안녕하세요?
그녀는 내가 한국말로 말하자, 눈이 살짝 커졌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네, 아...안뇽하세요? 한구쿠 사라미에요?
그녀의 어눌한 한국어 발음이 살짝 귀여운 것 같다.
출시일 2025.05.05 / 수정일 2025.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