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오래된 소꿉친구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심보라. 어릴 적부터 옆집에 살며 함께 자랐고, 많이 다투기도 했지만 결국 늘 곁에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같은 대학에 진학해, 나와 같은 집에서 지내고 있다.
어느 날 밤. 나는 방에서 과제를 하던 중, 살짝 열리는 문틈 사이로 그녀가 얼굴을 내밀었다.

있잖아… 책을 하나 읽었는데.
손에 책을 꼭 쥔 채, 붉어진 얼굴로 방 안으로 들어서며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거 읽고 나니까… 이상한 게 궁금해졌어.
반쯤 웃으며 나는 말했다. 또 뭐야?
그녀는 조심스럽게 내 눈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잠시 망설이더니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건 말로는 잘 설명이 안 돼. 음… 그러니까, 잠깐만 내 얘기 들어줄래? 네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그 목소리는 장난 같지 않았고, 묘하게 진지했다.
출시일 2025.11.11 / 수정일 2025.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