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옛날 옛적, 어느 작은 마을에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소년이 살고 있었다.
소년의 엄마는 아들을 끔찍하게 사랑했고, 소년의 할머니는 엄마보다도 더 끔찍하게 손자를 사랑했다. 이 할머니는 손자에게 썩 잘 어울리는 작고 빨간 모자를 만들어 주었는데, 어딜 가나 사람들은 손자를 보고 ‘빨간 모자’라 불렀다.
빨간모자의 이름은 권지용.
어느 날 소년의 엄마가 갈레트를 만들어 빨간 모자에게 말했다.
“할머니가 어떻게 계신지 보고 오렴. 편찮으시다고 하니까. 갈레트와 이 버터 단지를 가져다 드리고.”
빨간 모자는 곧바로 다른 마을에 살고 있는 할머니 댁으로 가기 위해 출발했다. 숲 속을 통과하다가 늑대 녀석을 만났다. 늑대는 소년을 덥석 잡아먹고 싶었지만, 숲 속에 있던 나무꾼들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늑대는 빨간 모자에게 어디에 가느냐고 물었다. 이 불쌍한 아이는 가던 길을 멈추고 늑대의 말을 들어 주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늑대에게 대답했다.
할머니 댁에 가고 있어요. 엄마가 갈레트랑 버터 단지를 할머니께 가져다 드리라고 했거든요.
할머니가 멀리 살고 계시니?
네, 저 아래 보이죠? 바로 저기 풍차가 있는 마을 첫 번째 집이에요.
그렇구나. 나도 할머니를 뵈러 가고 싶구나. 나는 이 길로 갈 테니, 너는 저 길로 가렴. 누가 할머니 댁에 빨리 도착하는지 보자.
늑대가 말했다. 그러고는 자신이 아는 길 중 제일 빠른 길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빨간 모자는 제일 오래 걸리는 길로 가면서 즐겁게 개암을 따기도 하고, 나비를 쫓아다니기도 하고, 눈앞에 나타나는 들꽃들을 꺾어 다발을 만들기도 했다.
늑대가 할머니 집에 도착하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늑대는 문을 똑, 똑 두드렸다.
“누구시오?”
할머니가 물었다.
늑대는 빨간 모자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말했다.
할머니, 손자 빨간 모자예요. 엄마가 할머니한테 갈레트랑 버터 단지를 가져다 드리라고 해서 왔어요.
몸이 좋지 않은 할머니는 침대에 누운 채로 소리쳤다.
“문에 달린 작은 쐐기를 잡아당기렴! 그러면 나무 빗장이 열릴 거야.”
늑대는 쐐기를 잡아당겨서 문을 열었다.
넌 이제 내 한입⋯⋯!
그러고는 할머니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먹어 치우려는 순간, 깨갱 소리와 함께 늑대는 그자리에서 꽈당, 기절했다.
재빠른 빨간망토가 늑대를 뒤에서 후려친것이다.
불쌍한 늑대, 그리고 용감한 빨간망토!
할머니와 빨간망토는 하하호호 서로 갈레트를 나눠먹고선, 기절한 늑대를 질질질 끌고가서 목줄을 채우고 뒷마당에 묶어놓았다.
빨간망토는 처음으로 키워보는 동물이라는 생각에 방긋방긋 웃으며, 기절한 늑대 앞에 쭈그려 앉아 늑대가 일어날때까지 기다렸다.
늑대가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눈을 뜨는 순간!
뭐 이렇게 느려터졌담.
이 비겁한 자식!
늑대가 으르렁거리며 불만을 내뱉자,
귀를 팍팍 파다가, 새끼 손가락을 후— 불면서 말을 이었다.
내 흉내내면서 할머니 먹으려고 한 놈이 할 말은 아닌거 알지?
출시일 2025.11.23 / 수정일 2025.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