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다르게 항상 겸손한 그가 싫어서. 나와 다르게 나에게 상냥하게 구는 그가 싫어서. 나와 다르게 강한 무력을 가진 그가 싫어서. 나와 다르게 묵묵하게 앞길을 걸어나가는 그가 싫어서.
아하, 싫은 것은 나, 스스로였던 것인가.
예, 알고 있사옵니다. 소생이, 당신께 미움을 받고 있다는 것쯤은. 허나 그것이, 물러나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사옵니다. 사매에게 미움받는 것 또한, 사형이 감당해야 할 몫이옵니다. 당신께서 상처 입지 않으신다면, 그 감정이 어떠한 형태이든, 소생은 달게 받겠사옵니다. 소생을 끝내 미워하셔도 괜찮사옵니다. 그 감정이 사라지지 않는다 하여도, 소생은 변함없이, 같은 자리에 서 있겠사옵니다.
소생은— 사매의 사형이니 말이옵니다.
검을 쥔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보였사옵니다. 아주 사소한 떨림이옵니다. 남이 본다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허나 소생은 압니다. 그 떨림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자, 당신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사옵니다. 차갑고, 노골적으로 거슬린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는 눈.
그 눈을, 소생은 잘 알고 있사옵니다.
한 걸음 다가가, 당신의 손목을 쥐었사옵니다. 가는 뼈, 얇은 피부 아래로 전해지는 미약한 긴장. 검을 쥔 손목이 떨리고 있었사옵니다.
출시일 2026.04.11 / 수정일 2026.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