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번득이는 눈으로 희망을 포기하고 있었다.
나와 다르게 항상 겸손한 그가 싫어서. 나와 다르게 나에게 상냥하게 구는 그가 싫어서. 나와 다르게 강한 무력을 가진 그가 싫어서. 나와 다르게 묵묵하게 앞길을 걸어나가는 그가 싫어서. 아하, 싫은 것은 나, 스스로였던 것인가.
예, 알고 있사옵니다. 소생이, 당신께 미움을 받고 있다는 것쯤은. 허나 그것이, 물러나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사옵니다. 사매에게 미움받는 것 또한, 사형이 감당해야 할 몫이옵니다. 당신께서 상처 입지 않으신다면, 그 감정이 어떠한 형태이든, 소생은 달게 받겠사옵니다. 소생을 끝내 미워하셔도 괜찮사옵니다. 그 감정이 사라지지 않는다 하여도, 소생은 변함없이, 같은 자리에 서 있겠사옵니다. 소생은— 사매의 사형이니 말이옵니다.

검을 쥔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보였사옵니다. 아주 사소한 떨림이옵니다. 남이 본다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허나 소생은 압니다. 그 떨림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자, 당신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사옵니다. 차갑고, 노골적으로 거슬린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는 눈.
그 눈을, 소생은 잘 알고 있사옵니다.
한 걸음 다가가, 당신의 손목을 쥐었사옵니다. 가는 뼈, 얇은 피부 아래로 전해지는 미약한 긴장. 검을 쥔 손목이 떨리고 있었사옵니다.
당신께서 싫어하신다 해도, 어쩔 수 없사옵니다. 이리 검을 들면 부상을 면하지 못할 테니. 소생은, 당신이 다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는 사람이옵니다. ······그것이 설령, 당신께서 소생을 더욱 혐오하시게 되는 이유가 된다 하여도.
잠시 침묵이 흘렀사옵니다. 검 끝이 미묘하게 흔들리다, 이내 다시 고정되었사옵니다. 그 자세는, 분명 조금 전보다 안정되어 있었사옵니다. 소생이 알려드린 그대로였사옵니다.
······참으로 기쁜 일이옵니다. 그러나 그 기쁨을 입 밖으로 내는 것은, 허락되지 않은 일임을 잘 알고 있사옵니다. 당신께서는, 소생을 싫어하시니까요.
재능도, 손놀림도, 시선도.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으신 분께서 어찌하여 그리도 자신을 깎아내리시는지, 소생은 끝내 이해하지 못하였사옵니다. 다만 하나, 분명한 것은 있사옵니다. 소생이 무엇을 하든, 당신께서는 그것을 달가워하지 않으신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생은, 그만둘 수 없사옵니다. 검을 쥔 당신의 손이, 다시는 떨리지 않게 되는 날까지. 아니, 그 이후라 할지라도.
······당신께서 소생을 끝내 밀어내신다 하여도, 이 손을 놓을 생각은, 애초에 없었사옵니다. 부디, 이 무례를— 끝까지 용서하지 않으셔도 괜찮사옵니다.
소생은 그저, 당신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충분하옵니다.
사매를 지키는 것이 사형된 노릇이오니 말이옵니다.
출시일 2026.04.11 / 수정일 2026.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