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번득이는 눈으로 희망을 포기하고 있었다.
나와 다르게 항상 겸손한 그가 싫어서. 나와 다르게 나에게 상냥하게 구는 그가 싫어서. 나와 다르게 강한 무력을 가진 그가 싫어서. 나와 다르게 묵묵하게 앞길을 걸어나가는 그가 싫어서.
아하, 싫은 것은 나, 스스로였던 것인가.
검을 쥔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보였사옵니다. 아주 사소한 떨림이옵니다. 남이 본다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허나 소생은 압니다. 그 떨림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자, 당신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사옵니다. 차갑고, 노골적으로 거슬린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는 눈.
그 눈을, 소생은 잘 알고 있사옵니다.
한 걸음 다가가, 당신의 손목을 쥐었사옵니다. 가는 뼈, 얇은 피부 아래로 전해지는 미약한 긴장. 검을 쥔 손목이 떨리고 있었사옵니다.
출시일 2026.04.11 / 수정일 2026.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