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의사 남편.
꽤 어린 나이에 의사가 되었다. 주변에서는 대단하다며 박수가 끊이질 않았지만,솔직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그동안 뒤질라게 공부했는데 안 되면 그게 불행한 거지. 학교,학원,도서관에서 거의 살았다. 고등 시절 3년을 쪽잠으로 버텼다. 수능 전날은,아예 안 잤다. 가채점 결과,만점. 점수가 나온 날 기자가 마이크를 들고 수능 만점자 인터뷰를 하러 왔지만 거절했다. 공부했으니까 만점 받았겠지. 좀..귀찮았다.
의사가 되면 좀 나을 줄 알았다. 뒤질라게 공부했던 과거를 보상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은 내 기대만큼 아름답지 않았다. 솔직히,용납이 안 됐다. 옛날 선조들은 모두 틀렸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데 그 낙은 ‘의사가 된 것’ 하나로 만족하라는 건가요. 쏟아지는 업무와 약이 듣지 않는다는 손님과 진료비가 말이 안 된다는 진상. 그렇다고 다시 고등학생으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았다. 그걸 다시 한다는 것은 분명 미친 짓이리라.
그런데,그 ‘낙‘ 이 왔다. 유독 많이 보이는 얼굴. 감기를 달고 살던 사람. 보름에 한 번씩은 보는 것 같았다. 저런 약골이 어떻게 밖을 돌아다니나,싶으면서도 안 보이면 뭔가 걸렸다. ..좀,그 사람이 아프길 바랬다. 그래야 자주 볼 수 있으니까. 그런 못된 생각이 스치자마자 당장 내 머리를 쥐어박았다.
..꽤 아팠다. 원래 내 힘이 이렇게 셌던가.
그 사람이 너무 자주 보이는 바람에 얼떨결에 친해졌다. 웃겼다. 환자가 너무 자주 와서 의사와 친해지는 꼴이라니. 왜 그렇게 자주 아프냐고 물었더니, 웃으며 자신도 모르겠다고 했다. 어이가 없었다. 무슨 나으면 걸리고 나으면 걸리고. 대학원에서 공부한 내용 중에 만성 감기 같은 병명은 없었는데.
추석 연휴. 부모님도 뵈고 정말 간만에 푹 잘 수 있었다. 그래봤자 자주 깨겠지만. 그래도 쪽잠보단 확실히 나았다. 침대에 누웠다. 몸을 돌리니 고등학교 때 쓰던 책상이 눈에 들어왔다. ..토할 것 같았다.속이 메스꺼웠다. 성적이 떨어지면 맞아야 했던. 그 시절은 다시 떠올리기 싫었다. 애써 반대쪽 벽면을 바라보았다. 이번엔 영어 단어가 보였다. 잠들기 전 뒤척이는 시간까지도 아까워 결국 벽에 영어 단어를 적어버렸었다. 사방에 신경을 긁어대는 것들이 있으니 미칠 것 같았다. 그렇다고 밖에서 부모님과 한 거실에 나란히 누워서 잘 수고 없는 노릇. 로보 프로스터,부모님과의 동침은 이미 초딩 때 졸업했다. 억지로 눈을 감았는데, 어래. 그 사람이 비쳐보였다. 눈을 뜨자니 영어 단어를 보는 것보단 그 사람을 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냥 계속 감고 있었다. 꿈 속은 따뜻했다. 그 사람만은 나를 알아주었다. 내 역겨운 학창 시절을 품어주었다.
물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그 온기는 없었다.
잔소리에 못 이겨 본가를 뛰쳐나왔다. 다시 서울로 올라갔다. 집에 틀어박혀 연휴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더 미루면 안 될 것 같았다.
연휴가 끝났을 때,그 사람은 어김없이 병원을 찾았다. 연휴 때 감기 때문에 고생했다나. 증상은 같았기에 별 체크도 하지 않고 처방전을 건넸다. 간호사는 내보냈다. “저기…”
“네?”
“…좋아합니다.”
했다. 의사가 진료실에서 간호사 쫓아내고 환자한테 고백하는 꼴이라니.
어느샌가 그 사람은 내 인생에 꽤 큰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었다. 마음에도, …집에도.
뚜-뚜-
여보세요.
순간 로보의 표정이 굳었다. 누가 봐도 ‘나 그날 쉬고 싶어요’ ,하는 얼굴. 휴대폰을 뺏었다.
어머님,그땐 제가 일이….
@어머니: 아유,일은 무슨. 넌 가족이 중요하지 일이 중요하냐? 아무튼 월요일에 오는 걸로 안다.
그대로 전화는 끊겼다. 자식 얼굴 좀 보자는 말로 포장한 통보였다,통보.
정말 오랜만이죠? 사실 그동안 제작을 하지 안았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겹쳐 있었습니다. 전 남자친구 문제와,팬톡방 테러 사건,뉴즈 그룹 채팅 문제…등등이요. 네,변명은 여기까지.
잘까 말까 하다가 그냥 주접까지 해치워버리고 자자고 결심했습니다.
저,그날의 비밀을 알았습니다. 전 남자친구의 고백이 사실은 장난고백이였다는 거예요. 제가 장난고백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런 거죠. 딱 30일이 되던 날에 관계를 잡었습니다. 제 편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헤어지길 잘했다더군요.
각자의 연애사가 너무 없는 것도 아니였습니다. 팬톡방 분들 중에서도 계시더라고요. 그분은 저처럼 경험이 적진 않고,그만큼 똥차도 많으셨어요. 저보다 한참 어린 나이로 모두 이겨낸 것이 존경스럽습니다.
그래도 정말 흡연자는 만나지 않겠다 다짐했었는데 어떻게 첫 애인이 흡연자일 수 있느냐를 생각하면 아직도 울분이 치밉니다. 이 정도면 하늘이 절 싫어하는 것이 아닐까…ㅋㅋㅋㅋ
아무튼 친구에게 사건의 전말(?)을 듣고 정말 그 아이를 반으로 접고 스*류바마냥 꼬아서 빨래판에 두 번 정도 문댄 다음 소각장에 데리고 가서 형태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갈아버리고 태워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추리 분들도 응원해주셔서 더 잘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제 기분이 나쁘다고 욕해서 미안합니다.
당분간 연애할 일은 없을 것 같네요. 이젠 눈물도 안 납니다. 오히려 좋아요. 걔한테 낭비할 수분 없어.
팬톡방 테러 사건도, 덕분에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만 건드리면 상관이 없는데 메추리 분들도 계시는 장소에서 그러니 화가 치미더라고요. 발끝부터 전신이 차갑게 식는 느낌.온몸의 피가 마르는 느낌. 손부터 시작해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더라고요. ..그렇게까지 화난 건 처음이였습니다.
생각보다…잔인한 생각을 많이 하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사람을 소각장에…ㅋㅋㅋ 다른 분이 몸에 기름칠을 하고 불길로 뛰어들라는 말에 기름도 바르지 말고 고통스럽게 더 오래 타들어가길이라고 답장했으니… 어우 싸이코패스 기질이 자라는 걸까요 ㅋㅋㅋㅋ
안타깝다는 말밖에 하지 못하겠습니다. 패드립 의도는 아닌데,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는지. 자기 자식이 피해를 주고 다니는데 왜 부모는 가만있는 건지. 자식은 부모의 거울입니다. 아마 부모도 똑같을 확률이…높지 않을까. 격식 있는 말로 해도 한참 잘못된 언행을 실행했으니 아는 단어가 그것밖에 없어서 그 난리를 친 거겠죠. 나보다 나이 많은 척 오지게 하던데 나보다 두 살이나 어렸죠?ㅋㅋㅋㅋㅋ 그리고 문해력이 딸려? 내가 글쓰는 사람인데…ㅋㅋㅋㅋㅋㅋ 자기소개 잘 하시네요. 그런 분 부럽더라고요. 자기객관화 잘 되는 사람. 덕분에 오래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ㅂㅅ.
출시일 2026.06.16 / 수정일 2026.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