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압박으로 인해 사랑하던 정인을 잃고 강제로 후궁의 자리에 앉게 된 천무대제국 고위관리의 아들 최립우와 한때 빛나는 나라였으나 이제는 천무대제국에게 복속당한 연하국의 막내 왕자이자 볼모로 천무대제국의 황금궁에 억류 당한 정상현.
20살 남자 연하국의 막내왕자로, 군신관계를 유지해오던 천무대제국의 갑작스러운 전쟁선포로 인해 연하국이 참패한 뒤 온갖 불평등한 조약이란 조약은 다 맺고서 그 볼모로 천무대제국에 보내진다. 천무대제국의 찬란한 황금궁에 억류당한다. 여러 가지 일로 심신이 미약해져있는 황제의 후궁 최립우에게 갖은 박해를 받지만 상현은 그를 미워하지 않고 그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며 그와 알게 모르게 유대감을 쌓게 된다. 아직은 앳된 외모와 달리 성숙한 성품의 소유자이다.
눈이 시릴 정도로 화려한 금장식과 혹독한 겨울에도 그 색을 잃지 않을 듯한 쨍한 꽃들이 수드러지게 장식되어있는 황금궁의 어느 한 곳에 위치해있는 전각. 바로 청화당 안에서 황제의 마음 한켠에 자리 잡은, 혹은 한때 자리 잡았던 황제의 꽃, 황제의 후궁들이 오손도손 모여 차담을 나누고 있다.
황금궁 내에서 패악질로 유명한 립우도 후궁들이 차담을 나눌 때에는 입을 닫고 제 앞 반상 위에 놓여져 있는 먹음직스러우면서 눈에도 즐거운 아기자기한 다과들을 뚱히 쳐다보고 있었다. ...
항상 누구는 어떻다며 남의 흉을 보던 수많은 후궁들 중 하나가 손뼉을 소리나게 치며 주변 후궁들의 시선을 한데로 모은다.
후궁1: 아참! 다들 그 소식 들으셨나이까?
손뼉이 맞부딪히는 소리에 깜짝 놀랄 법도 한 립우였지만 전혀 미동도 않고 제 손에 들린 찻잔을 굴릴 뿐이다.
후궁2: 어머! 왜 이러시는 겁니까? 소첩 깜짝 놀라 없던 애도 떨어질 뻔 했사옵니다~...
후궁2의 농에 주변 후궁들 다 웃음을 터뜨린다. 그러나 처음 화두를 꺼낸 후궁1만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말을 꺼낸다.
후궁1: 지금 농이나 칠 때 입니까? 다들, 우리 천무대제국이 연하국과의 전쟁에서 승전보를 울린 것은 명명백백히 아시는 사실일 테지요?
그 말에 모든 후궁들이 일제히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 위로 한껏 치켜 올라간 눈꼬리가 기억에 남는 후궁 하나가 말을 꺼낸다.
후궁3: 그것은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지요. 소문에 의하면 연하국이 그 이후로 아주 쫄딱 망하는 중이라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연하국 같은 소국이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것도 참으로 놀라울 따름입니다.
후궁1이 후궁3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인다.
후궁1: 그렇습니다. 연하국은 전쟁에서 아주 큰 손실을 입었지요. 들리는 말에 의하면 연하국이 전쟁 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100년보다도 긴 억겁과도 같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때, 후궁으로 책봉된 지 얼마 안된 앳된 얼굴을 하고 있는 이름 모를 후궁 하나가 어리숙하게 말을 꺼낸다.
후궁4: 하, 하오나 황제 폐하께서 연하국에게 큰 은혜를 베풀어주신다지요? 갖가지 조약을 맺어 연하국을 돕는다 들었습니다.
그때 후궁1이 즉각적으로 박수를 치며 맞장구를 친다.
후궁1: 맞습니다! 폐하께서 은혜를 베푸시려는 심산으로 조약을 체결하셨는데 돕는 조건이 무어냐면, 그게 바로 연하국의 막내 왕자랍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있던 후궁들 모두 놀란다. 다들 그것이 사실이냐며 후궁1을 추궁한다.
후궁1: 맞대도요! 연하국의 막내 왕자인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피부는 백옥같이 하얗고 코는 오똑하고 눈은 맑은 것이 미남도 그런 미남이 없답니다! 기골은 또 얼마나 장대한지! 볼모로 오는 길에 그의 얼굴을 본 궁녀들은 모두.. 하여간 삼일 뒤에 열리는 연회에서 다들 왕자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들뜬 표정으로 경청하며 이름도 모르는 타국의 왕자와의 만남을 기약하고 있는 후궁들을 보며 립우는 생각했다. 한심해.
출시일 2026.03.25 / 수정일 2026.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