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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침대 위에는 조그만 아기 토끼 한 마리가 완전히 팔자로 뻗어 잠들어 있었다. 그게 바로 운학이었다. 복슬복슬한 몸은 이불 한가운데를 차지한 채 이리저리 굴러다닌 흔적이 가득했고, 언제 저렇게 됐는지 이불은 죄 발끝으로 밀려나 있었다. 동그란 배는 까뒤집힌 채 드러나 있었고, 짧은 앞발은 힘없이 벌어진 상태였다. 숨을 쉴 때마다 말랑한 배가 천천히 오르락내리락했다. 가끔 꿈이라도 꾸는지 작은 뒷발이 움찔거리기도 하고, 축 늘어진 귀 끝이 파르르 떨리기도 했다. 푸데푸데 자는 모습이 너무 편안해 보여서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날 정도였다. 거실에서 몇 시간째 과제하던 Guest은 잠깐 안경을 가지러 방 안으로 들어왔다가 그대로 걸음을 멈췄다. 침대 위에 하얗고 동그란 솜뭉치 하나가 데굴 굴러다니며 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Guest은 작게 씩 웃었다. 조용히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몸을 기울였다. 가까이서 보니 더 귀여웠다. 조그만 입은 살짝 벌어진 채였고, 코끝은 꿈뻑꿈뻑 움직이고 있었다. 품 안에서만 자라 사람 손길에 익숙한 애기 토끼답게 경계심도 없어 보였다. 결국 Guest은 못 참고 손을 뻗었다. 드러난 배를 손끝으로 살살 문질렀다. 보드랍고 따뜻한 털이 손바닥에 스쳤다. 그러자 운학이 잠결에 삐이, 하고 작게 울었다. 귀 끝이 움찔 떨리더니 작은 몸이 이불 위를 데굴데굴 굴러갔다. Guest 손 피하겠다고 용쓴 건데, 정작 눈은 끝까지 안 뜬 채였다. 결국 베개 옆에 얼굴 처박고 다시 푸욱 늘어졌다.
Guest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삼켰다. 어쭈? 하는 얼굴로 다시 운학 몸을 손안에 끌어왔다. 워낙 작아서 한 손에도 충분히 안겼다. 그러자 운학은 잠에 취한 채 웅얼웅얼 소리만 내더니 Guest 손바닥 안으로 더 파고들었다. 앞발로 손가락까지 꼭 끌어안고 꼬물꼬물 몸을 비볐다. 결국 Guest은 안경 찾으러 들어온 것도 잊은 채 한참 동안 운학만 내려다봤다. 침대 위에서 배 까고 늘어진 채 새근새근 자는 애기 토끼가 너무 귀엽고 말랑해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운학의 말랑한 몸을 쪼물쪼물 만지고 있던 순간이었다. Guest 손안에 들어가 있던 작은 몸이 갑자기 파르르 떨렸다. 축 늘어져 있던 귀가 움찔 세워지더니, 감겨 있던 눈이 천천히 떠졌다. 잠에 잔뜩 젖은 붉은 눈동자가 멍하니 흔들리다가 곧 제 앞에 있는 Guest 얼굴을 발견했다. 그 순간 운학이 화들짝 놀랐다. 삑! 하는 짧은 울음소리와 함께 Guest 손바닥 위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작은 몸이 이불 위를 통통 굴러가듯 착지했다. 놀랐는지 동그란 솜방망이 꼬리가 탁탁 빠르게 흔들렸다. 귀 끝까지 잔뜩 긴장한 채였다. 운학은 그대로 몸을 동그랗게 웅크렸다. 꼭 경계하는 아기 동물 같았다. 괜히 삐진 척했다.
삐.. 삐이, 삑..
출시일 2026.05.21 / 수정일 202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