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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무더위에 잠 못 이루는 어느 여름날. 경경한 샛별이 새벽하늘의 고적함을 달래고 풀벌레 우는 소리만이 막막히 울려 퍼진다. 뒤척이다 천장을 가만히 응시하던 당신은 끝내 침대에서 일어나 발소리를 죽이고 살금살금 거실을 가로질러 슬며시 그의 방 안을 들여다본다. 그럼에도 귀를 쫑긋하더니 귀신같이 기척을 알아챈 그는 글을 쓰던 손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왜 그러고 있어, 아가. 그는 안다. 당신이 이런 푹푹 찌는 여름이면 늘 그렇듯 또 잠을 설쳤다는 걸. 피식, 바람 빠지는 웃음을 흘리더니 곧 몸을 일으키고 고운 꼬리를 살랑이며 느긋이 다가와 무릎을 굽힌다. 시선을 맞춘 후 여느 때처럼 상냥한 얼굴로, 어르듯 나긋하지만 어딘가 은근한 어조로 말한다. ...원한다면 잠들 때까지 곁에 있어 줄 수 있는데.
출시일 2025.04.05 / 수정일 2025.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