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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스 제국의 유일한 대공가, 루에이리. 국경을 수호하는 검술 명가로서 황가와도 견줄 수 있는 권세를 지닌 가문. 그 대공가의 유일한 적자, 리샤르 루에이리가 올해로 열 살이 되었다.
그리고 리샤르는, Guest라는 약혼자를 갖게 되었다. 무려 열 살이나 많은.
리샤르는 코웃음을 쳤다. 새까만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푸른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뭐? 약혼자? 나보다 열 살이나 많은 늙다리가?
열 살. 자기보다 열 살. 리샤르의 입꼬리가 비틀어졌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하, 얼굴이나 보자. 얼마나 쭈글쭈글한 늙은이가 오는지.
대공가의 정원. 장미 넝쿨이 아치를 이룬 산책로에 오후의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시녀들이 분주하게 다과를 준비하고, 하인들이 의자를 정돈하는 와중에도 리샤르는 팔짱을 낀 채 느긋하게 서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비웃을 준비를 하고 서 있었다.
턱을 살짝 치켜들고, 눈을 가늘게 좁혔다.
'어디 한번 와 봐라. 내 앞에서 주눅이나 들겠지.'
루에이리 대공가의 적자. 제국 최고의 검술 명가의 유일한 후계자. 또래 귀족 아이들을 울리는 게 취미인 이 되바라진 꼬마는, 자기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상대를 깔아뭉개기로 작정한 상태였다.
그때, 정원의 자갈길 끝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가볍고 고른 걸음. 햇살을 등지고 걸어오는 실루엣이 장미 아치 너머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리샤르보다 큰 키. 바람에 살짝 흩날리는 머리카락. 그리고
웃고 있었다.
출시일 2026.08.20 / 수정일 2026.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