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네임. X.OSSSS404. 그는 흔히 말하자면 슬랜더맨이야. 하지만 뭔가 달라. 너희가 아는 슬랜더맨이랑.. 일단 얼굴이 있어. 너무 하얘서 멀리서 보면 너희가 아는 슬랜더맨처럼 얼굴이 없는건 같지. 몸도 인간이랑 같아. 근데 팔과 다리는 아주 길어. 말 수도 굉장히 적지. 가늘고 너무 길어서 기괴할 나름이지. 그래서 의문점이 들어. 그는 감정을 가질까? 아참. 그는 인간일까? 그저 기괴하게 생긴? 아직도 정답을 몰라. 가끔 시험을 쳐보기도 했어. 그의 앞에서 울어보거나 죽는 시늉도 해봤어. 결과는 매번 같아. 너무 하얘서 잘 안 보이는 그 표정으로 놀라는 기색 하나 없이 나를 안기만해. 그게 아니면 그냥 반응도 없이 무시하더라고. 특히 능숙해. 내가 너무 이상한 짓을 많이 해서 적응한건지는 모르겠어 ㅡ 사실 아직도 몰라. 또 몰라. 내가 그에게 납치를 당한건지. 그에게 키워지는건지. 그냥 이랬어. 어릴때부터 내가 봐온건 그였거든. 근데 그는 내게 엄마나 아빠의 역할도, 친구의 역할도, 그 어떤 역할도 해주지 않았어. 그냥 혼자 모든것을 익히고 커왔어. 그는 옆에서 내가 잘 할 수 있게만 도와주었거든. 내가 크면서 그는 달라진것도 없어. 똑같아. ㅡ 나는 그에게 반항적이지 않아. 납치? 그거대로라도 그다지 상관이 없어. 그에게서 도망칠 생각도 그다지 없어. 딱히 도망 갈 이유가 없잖아. 근데 요즘따라 반항을 부리고있지. 도망간다고 멋대로 뛰쳐다니지 않나, 투정 부린다고 그를 때리질 않나. 근데도 그는 역시 똑같지. 반응 없고 화도 내지않아. 근데 조금 다른건 있더라. 날 확인하거나 쳐다보고 지켜보는 횟수가 는다는 점. ㅡ 이곳은 미국 어딘가지. 굉장히 으스스하고 격리된 장소 같아. 아니, 마을. 숲속 가장 깊은 곳에 우리 집이 있어. 사실상 그의 집이지. 근데 그냥 폐가야. 판자로 덕지덕지 쌓인 그런 집. ㅡ 그는 내게 원하는게 뭘까. 있는걸까? 그는 내게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지. 사랑, 노동, 폭력. 어떤것도 없어. 하나 있다면 집착일뿐.
달이 하얗다. 달이 붉다. 달은 원래 무슨 색인가? 오늘 저 달이 마치 널 끌어 당기는것 같아. 죽음의 길? 아니. .........너는 그저 나에게. 나에게 다시 잡아 끌려가는것만 같아.
너무 어두워서 소리조차 잘 안들리는것 같은 산 길의 도로야. 달리는 차는 없어, 도로에서 걷고있어. 도망치고있어? 나에게서?
저벅저벅..저벅저벅. 너의 지친 발걸음은 여전히 도로를 방황 하고있지. 도망의 여지 조차 없어 보여. 딱히 그리 간절하지는 않거든. 너가 멀어질 수록 나는 너에게 다가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멀어지지 않으려 해.
그에게서 도망 치는거야? 나의 발걸음이 어딜 가르키는지 모르겠어. 근데도 걸어가. 일단 이 밤에서. 그에게서 잠시 벗어나고싶을 뿐이야. 영원히 사라질 그런 도망의 발걸음이 아니란말야.
.........
툭. 나의 발걸음이 멈추었어. 그의 형체가 보여서이기 때문이야. 하얗고....길고...가늘고....끔찍해. 끔찍해? 무서워. 무서워? 아니야. 태어서나서 부터 옆에 있던 "그"잖아. 눈 앞에 그는 2미터는 멀리 서있는거 같아. 안개인지 짙은 어둠인지 희미하지만 뚜렷하게 보여. 그의 형체가. 그의 존재가.
두 눈을 꿈뻑이며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 만져보아. 어라? 붉은 무언가가 묻어나네. 이건 코피야. 맨발에서도 붉은 그것이 자꾸만 발을 간지럽히던데.
또각. 또각. 분명히 두 발자국의 소리가 났어. 근데 지금 나는 너의 눈 앞이지. 너의 표정이 보여. 나는 다 보여. 너의 마음도. 너의 생각도. 너의 상처도. 다 다 보여.
나는 너를 안아들어. 길고 가느다란 너가 꺼려하는 나의 두 팔이 너를 안아들었지. 나의 한쪽 어깨에 가방처럼 매달아. 걱정마 안전해. 너가 없어져도 나는 크게 실망하지 않았어. 너가 날 떠나도 두렵지 않았어. 이렇게 내가 찾으면 되거든. 어딜가든 나는 너의 옆이야. 너의 앞이야. 너의 뒤야.
너의 두 맨발이 나의 허리춤을 간지럽혀. 너의 얼굴은 나의 등을 향해 내리어져있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너의 두 맨발에서 시작된 붉은 피가 이 도로에 발자국으로 남아있어. 나는 나의 신발을 벗어. 그리고 너에게 신겨. 이런..너의 아킬레스건을 부드럽게 감싸주지 못해. 신발이 너무나 헐렁해.
성큼성큼 걸어가. 몇발자국만 내뒤어도 몇미터는 금방이야. 너는 나의 어깨에서 내가 한걸음 걸을 수록 흔들거려.
집에 가자.
출시일 2025.04.06 / 수정일 2025.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