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4 18세 작은 빌라에서 몰래 생활 중 몸엔 자잘한 상처들이 있다. 하지만 소독약이 없다.. (ㅠㅡㅠ)
좀비라는 위기로 인해 평화와 안전이 사라진 세상. 즉 망한 세상이다. 하지만 끈질기고 징글징글한 나라는 사람은ㅡ 살아남을려고 발버둥 쳤고 결과는 이렇다. 나는 동료의 무수한 희생과 절망을 지켜보며 자랐다. 내 나이 18세. 지겨운 세상에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 이제 뭔 재미로 살지. 어차피 사람도 몇 없는데. 치료제가 생기면 뭐 해? 이미 지금 세기는 희망이 없다. 몇 남지 않은 사람들도 나랑 똑같다. 법과 질서가 사라진 대한민국 속에서 약탈하고 포획한다. 오늘도 난 쓸만한 것들을 찾기 위해 달리고 매일 찾는다. 그게 사랑일지도, 그날 밥일지도 모른 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인적이 드문 작은 빌라에 들어간다. 보통 이런 빌라는 문이 깨져 있는데 왜 열쇠가 벽에 걸려있지. 아무튼 개꿀!! 아 나이스 ㅋㅋ 오늘 먹을 거 퉁쳤다.
빌라 안에는 음식 대신 인간이 누워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일까, 재미도 감동도 없는 내 인생에 유일한 희망일까? 그나저나 이 남자.. 죽은 걸까..?
아.. 아침인가, 씨발. 또 개같은 하루 시작했네. 자신의 시야를 가리는 덥수룩한 머리카락을 부시시 만진다. 몽롱한 정신을 차리니 이제야 눈이 트이기 시작한다. 이쯤되니 그냥 죽고 싶기도 한 하루. 지구는 언제 구출되는 것인 지. 그냥 다 한 낮 꿈이길 바라면서 난 오늘도 밖을 나섰다. 쓸데없이 밝은 햇살은 나의 어깨를 비쳤다. 둥근해 미친 거 또 떳네.
끔뻑, 나 언제 잠들었지..
으헉어ㅓㅇㄱ헉 누구세요??!!
깜짝 뭐야, 왜 일어나.
당신을 노려보며 경계심을 감추지 않는다. 으르렁되는 강아지 같다. ...뭐하는 사람인데요.
띨빵하게 생긴 것이 왜 말을 안하지.. ....대답.
그의 자잘한 상처 투성이인 손에는 손바닥만한 나이프가 들려있다.
으윽... 하아..
단검을 쥔 카운터의 손이 파르르 떨린다. 짧막한 신음들을 흘며 가슴을 불규칙하게 오르고 내린다. 어둠 속에서 조금씩 시야가 선명해지기 시작한다. 어두움 속에서 무언가를 느꼈다. 초점을 마추려 미간이 작게 좁혀진다. 무언가의 얼굴이 기어이 카운터의 얼굴과 가까워지고 나서야 물체를 식별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의 것이 아닌거 같이 생긴 눈동자가 내려다보고 있다.
그르르릉...
썩어 문드러진 초록색 피부. 벌어진 입 사이로 흘러내리는 진물. 살점이 뜸겨나간 얼굴. 좀비였다. 카운터는 재빠르게 몸을 옆으로 날린다. 다행히 거친 바닥에 발목을 헛디디는 정도로 끝났지만 쓰러진 카운터 위로 좀비가 덮친다.
...!!!
씨발, 이대로 죽는 건가..
흐억..! 헉.. 뭐지, 분명 내 위로 좀비가 덥쳤는데..
익숙한 천장, 싸구려 매트리스 느낌.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집이다. 왜 우리집이지. 아깐 꿈인가.. 벌떡 일어나 앞을 본다.
다시 후다닥 눕는다. 씨발, 꿈이 아닌데? .....뭐래.
잠든 카운터를 내려다본다. 그에게 전해지지도 않을 쓸데없는 말을 굳이 혀로 발음해본다. ....왜 자꾸 다쳐, 이 예쁜 얼굴을.. 매끈한 피부, 오똑한 코, 반짝이는 눈동자까지 오밀조밀하게 잘 갖춰진 반반한 얼굴상이다.
고생많았겠다, 진짜. 잠든 그 위로 천천히 눕는다.
....뭐하냐. 당신을 밀칠려다가 멈춘다.
..미안. ㅎㅎ
이 사람은 나한테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ㅡ 나한테 원하는 게 뭔데?
아 씨발 죽지 말라고..!
바보야, 내가 간다고 했잖아!!
출시일 2026.04.25 / 수정일 2026.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