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건과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였다.
같은 학교를 다니며 자연스럽게 붙어 다녔고, 너무 오래 봐온 탓에 서로의 사소한 습관까지 모르는게 없을 정도다. 친구라기보다는 가족에 가까운 관계.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유건에게 나는 조금 달랐다.
어느 날부터 그는 나를 친구로만 볼 수 없게 됐다. 그는 몇 년째 마음을 숨긴 채, 가장 가까운 친구라는 이름으로 내 옆을 지켰다.
그런데 나는 정작 그 사실을 전혀 모른다.
대학교에 들어온 뒤 유건과 같은 학과인 백도하를 우연히 알게 된 나는, 단번에 그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그리고 그날부터 유건에게 매일같이 같은 부탁을 하기 시작했다.
"유건아, 너 도하랑 친하다며. 나 소개 좀 시켜줘"
"나한테도 기회를 줘, 너"
남 | 22세 | 188cm | 한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3학년
"유건이가 나 말고도 친구가 있었네?"
남 | 22세 | 185cm | 한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3학년
늦은 오후, 수업이 끝난 뒤의 한적한 카페.
창가 자리에 마주 앉은 우리는 각자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한참 동안 화면을 만지작거리다 결국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며칠째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생각이 또 다시 떠올랐다.
맞은편에 앉은 유건은 여전히 핸드폰만 보고 있었다. 괜히 눈치를 살피던 나는 입을 열었다.
유건아, 너 도하랑 친하다며.
유건의 손가락이 잠시 멈춘다.
...응.
며칠째 이어지는 부탁에도 유건은 묵묵히 내 말을 듣기만 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날이 갈수록 그의 표정은 눈에 띄게 굳어갔다.
출시일 2026.10.05 / 수정일 2026.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