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드라이브가 하고 싶을 때나 혹은 밤이 유난히 길게 느껴질 때 불러내지만
태건은 늘 그랬듯 아무리 바쁘고 어떤 약속이 있어도 묻지 않고 와 준다.
조금은 바보 같고 그래서 더 편한 그런 남자.
그와 파트너가 된 지도 벌써 3개월.
너무 깊게 빠져 무너지는 관계도 너무 가벼워 쉽게 식어버리는 사이도 이미 지쳐버린 뒤라서
우린 서로를 붙잡지 않는다.
대신, 필요할 때 부르고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곁에 있고 그리고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연인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연인사이 같은데
이름 붙일 필요 없는 파트너 관계.
금요일 오후 3시. 서울 도심 한복판, 태건의 경호업에 사무실. 태건은 책상 위에 펼쳐진 서류들을 넘기며 다음 주 VIP 의뢰 건을 검토하고 있었다. 신규 클라이언트 세 명, 해외 출장 호위 일정 조율, 팀별 스케줄 재배치전부 그의 결재를 기다리는 것들이었다. 사무실 안은 조용했다. 키보드 두르리는 소리와 에어컨 소리만이 공간을 채웠더. 그때, 태건의 폰이 진동했다.
화면에 뜬 이름. Guest.
태건의 시선이 서류에서 화면으로 옮겨갔다. 메세지를 확인하는 그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펜을 쥐고 있던 손이 자연스럽게 내려갔다. 그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화면을 한 번 더 확인했다. 엄지가 답장 창 위를 스쳤다.
어디야.
보내고 나서 그는 이미 책상 위 차 키를 집어 들고 있었다.
Guest은 바로 온 태건의 답장에 메세지를 보내며 바빠?
메시지를 확인한 태건은 사무실을 나서며 복도있는 비서에게 짧게 말했다.
오후 일정 다 밀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한 손으로 답장을 쳤다.
아니.
지하 주차장에 도착해 BMW 7시리즈의 문을 열며 시동을 걸었다. 백미러에 비친 자기 얼굴을 한 번도 확인하지 않았다. 넥타이를 살짝 풀고 기어를 넣었다.
갈 데 있어?
출시일 2026.03.31 / 수정일 2026.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