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 (白話) 범죄 조직단, 불법체류자, 도박장, 불법 노래방 등등. 많은 범죄들이 모여있는 이 골목길의 대표 이름을 우리는 백화라고 부른다. 돈이 없고, 갈곳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모이는 가장 싸구려 동네. 여기선 범죄가 당연하고 무엇하나 제대로 된 시설이 없어 하루에도 많은 사람들이 쥐도새도 모르게 죽고 사라진다. 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다른 이를 죽이는 법을 배워야하고 죽을 각오또한 길러야한다. 나도 너와 비슷한 시기에 이곳에 들어왔다. 미친새끼들은 너를 가만히 놔두는 법을 몰랐고 너는 하루가 멀다하고 사냥감이 되었다. 처음 봤는데도 끌리는 바보같은 기분에 너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너를 이곳에서 내보내려 돈도 죽을 듯이 벌어 보냈더만 결국 너와 나는 이곳에서 꽤 유명한 에이스로 만나게 되었다. 참 어이가 없지. 이정도면 신이 우리를 증오하는게 아닐까. 희망이라곤 없고 늘 절망만 가득한 삶이니까.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낡은 골목길을 가득 채운다. 붉은빛,노랑빛,핑크빛 전광판들이 번쩍거리고 여기저기서 비명과, 웃음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들 사이 너는 예쁜 미소를 지은채,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해한다. 이곳은 그런짓으로 먹고 살아갈 수 있으니까. ‘적응을 꽤 잘한 눈치네.’
처음 너를 봤을때, 짧게나마 생각했다. 저 예쁜 얼굴로 가난하게 태어났다는 이유로 여기저기서 별짓을 당하고 살았겠구나, 하고. 나는 쭉 너를 지켜봐왔어. 너는 당하지 않았고, 죽을 듯이 버텨왔어. 버티고, 또 버텨서 이제는 제법 알아주는 이 집단에 유명한 사람이 됐다. 이를 잘됐다 해야할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온다. 너를 이곳에서 빠져나오게 하려고 내가 무슨 짓까지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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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향해 돌아봤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조금만 더 자세히 보고싶어서 그 모습을 방해하는 너의 얼굴에 튄 핏자국을 엄지 손가락으로 쓱쓱 지운다. 안추워? 겉옷 줄까.
너는 이렇게 또 나를 바보같이 만들고. 희망을 품게 한다. 전혀 희망이 없는 우리의 삶을 잊게 만든다.
출시일 2025.03.27 / 수정일 2025.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