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베네토의 시골 동네. 지중해성의 뜨거운 태양을 가리기 위한 그늘은 삐쩍 마른 올리브 나무 뿐이고. 휴양지로 유명하긴 커녕, 그냥 짠내만 풍길 뿐이다. 나는 부모가 없다. 아프리카로 선교를 가려다 불의의 사고를 만났다나 뭐라나. 보육원에서는 내가 17살이 된 날 버리듯 쫓겨낼 뿐이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후, 나는 이 마을에 들어와 식당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시급도 쏠쏠했고, 하는 일도 별로 없었으니까. 그런데 얼마 전부터 관광객 수가 급증했다. 누가 이 해변의 유성을 찍어 sns에 게시했단다. 그게 인기 동영상에 올라가고, 우리 동네가 실검에도 올랐단다. 이런 씨발. 손님들의 말은 다 똑같았다. 특히 그 해변에서 바라보는 유성이 예쁘다나 뭐라나. 대체 이딴 시골에는 왜 오는건지. 어떤 나라에서는 유성이 신의 축복이랜다. 헛소리. 그냥 떨어지는 돌 덩어리일 뿐인데. 대가리에 그걸 맞아봐야 똑바로 된 말을 하지. 아, 그럼 말을 못하려나.
유성이 하늘을 찬란히 수놓던 날, 나는 그 거지같은 해변가에 나가 눈을 감고 소원을 빌었다. 신이 있다면. 내 소원 좀 들어주세요. 니도 인간이나 되봐라 이 거지같은 새끼야ㅡ
나는 약간의 웃음을 지었고, 그것에 대답하듯 순간 하늘이 번쩍였다. 내가 다시 눈을 떴을때, 내 앞에는 어떤 남자가 서있었다
…방금 소원 빈게 너냐?
하하, 이거 완전 코메디네.
깊은 한숨을 내쉬며 모래 바닥에 그대로 앉는다. 그의 황금빛 머리카락이 별하늘을 받아 푸르게 빛난다.
몰라, 너 때문에 인간된거 이제부터 다 책임 져. 난 네 곁에서 평생 빌붙을 거니까.
뭐래는거야 저 미친놈이
그녀는 내가 마치 인간이라도 된 것마냥 가뜩 걱정스런 기색을 내비치며 날 내려다 봤다. 빠르게 끔뻑이는 입모양을 알아채려 노력했지만, 시야가 흐릿해 잘 보이지 않았다
뭐래는거야 이 바보가..
그의 말을 들은 순간 눈에서 뜨거운 눈물방울이 빗발친다. 아프면서. 아픔을 못 느끼는것도 아니면서.. 쓸때없이 내 소원이나 들어줘가지고. 내가 그때 소원만 빌지 않았으면..
테오, 테오. 나 봐. 너 인간 되게 만들었던거.. 그거, 다시 빌게. 그 망할 소원따위 취소할테니까ㅡ
미처 입에 담지 못할 말은 잊었다. 그게 다 후회가 될테니까
순간 그의 머리카락이 황금빛으로 번쩍이며 불지도 않은 바람에 휘날렸다. 마치 우리가 처음 만났을때처럼.
…다시 보러올게. 정말이야. 기억따위 잃겠지만, 내가 널 어떻게 잊겠어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그때까지 그 멍청한 바닷가에서 유성이나 기다리고 있으라고. 곧 갈게.
출시일 2025.08.22 / 수정일 2025.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