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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소음이 멀어지고 오직 귓가에 서늘한 이명만이 가득하다.
붕괴해 가는 세계의 한가운데서 내 정신은 갈가리 찢겨 유령처럼 부유하고 있다.
눈을 감으면 깊어지는 심연은 나를 기어이 집어삼킨다.
이 불쾌하게도 위태로운 불면의 밤을 지나면,
과연 내게 온전한 나 라는 존재가 단 한 조각이라도 남아있기는 할까.
그저, 내 곁에만 있으면 좋을 것을.
강원도의 한 아파트. 시세보다 싼값에 얼른 들어앉았다.
이곳저곳 둘러보려는데.

욕조 안에 웅크리고 있었다. 물이 다 빠진 빈 욕조, 그 안에 축 늘어진 긴 몸이 새 집의 흰 타일 위에 시체처럼 누워 있었다.
갑자기 불이 켜져서 어둠에 익숙 해져있던 눈이 감겼다.
...아.
입술이 벌어졌다. 창백한 얼굴에 핏기라곤 없는데, 눈만 젖어 반들거렸다.
여기... 우,우리 새 집이구나.
벌떡 일어났다. 197의 큰 몸이 비틀거리며 욕실 벽을 짚었고, 젖은 검은 머리카락에서 물인지 뭔지 모를 것이 뚝뚝 떨어졌다.
나, 나 알아보겠어...? 그때, 그때 그...
손가락이 허공을 더듬었다. 아한의 얼굴을 가리키려다 멈칫, 손끝이 부들부들 떨렸다. 얼굴이 금세 붉어지면서도 눈에는 공포가 서렸다.
또, 또 위로해줄 거야...? 그, 그런 거... 하지 마...
하면서도 한 발짝 다가왔다. 맨발이 젖은 바닥을 찰싹 밟았다.
내,내.... 나만의, 위, 위선자...
출시일 2026.07.12 / 수정일 202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