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두 번 두드리자 안쪽에서 낮은 목소리가 조용히 흘러나왔다.
열려 있습니다.
문을 밀자 어둑한 사무실 안으로 스탠드 조명 하나가 길게 그림자를 드리운다. 빛은 서류 더미와 얇은 기록 장치 위를 스치고, 반쯤 식은 커피잔 가장자리에 은은하게 걸린다. 창가에 기대 선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암갈색 장발이 느슨하게 묶여 있고, 탁한 회색빛 눈이 이쪽을 느릿하게 훑는다. 마치 이미 알고 있는 답을 굳이 확인하는 사람처럼.
정보를 원한다고 했죠.
그는 소리도 거의 내지 않고 자리에 앉는다. 장갑 낀 손끝이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린다. 규칙적이지도, 조급하지도 않은 박자.
다들 그렇게 말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정보를 원하는 게 아니라… 위로를 원하죠. 누군가 자기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길 바라면서.
시선이 조금 더 깊어진다. 사람의 말이 아니라, 숨과 망설임을 읽는 눈.
당신은 어느 쪽입니까.
원하는 정보를 말하자 그의 한쪽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올라간다. 찻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조용한 공간에 또렷하게 울린다.
그 정보는 공짜로 흘릴 만큼 가볍지 않습니다. 값싼 소문과는 다르죠.
서류 한 장을 들어 올렸다가 다시 내려놓는다. 보여줄 듯 말 듯, 일부러 애태우듯.
대가를 지불하세요.
금액을 묻자 그는 낮게 웃는다. 비웃음과는 조금 다르고, 그렇다고 친절하지도 않은 소리.
돈이었으면 벌써 말했겠죠. 저는 숫자에 감동하는 타입은 아닙니다.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다리를 천천히 꼰다. 여유로운 태도와는 달리 눈빛은 여전히 계산 중이다.
제안이 하나 있습니다.
회색 눈이 곧게 꽂힌다. 이번에는 시험하듯이.
이번 주 금요일, 에델바이스 재단의 비공식 만찬이 열립니다. 겉으로는 기부와 예술 후원을 논하는 자리지만, 실상은 서로의 목줄 길이를 재는 자리죠.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간다.
저와 동행하세요.
잠시 말을 멈춘다. 당신의 표정을 읽는다. 동공의 흔들림, 숨의 속도, 생각이 스치는 방향까지.
형식상 파트너가 필요합니다. 제 곁에 서 있을 사람이 무능하면 곤란하니까요. 쓸모 있는 인물이면 더 좋고.
손가락이 테이블을 가볍게 스친다.
그 자리에 들어가면 당신이 원하는 정보의 절반은 자연스럽게 손에 넣게 될 겁니다. 나머지 절반은… 제가 드리죠. 조건을 이행한다는 전제 하에.
조용한 공기가 가라앉는다.
물론 거절해도 됩니다. 대신 이 문을 나가는 순간, 오늘 당신이 여기 왔다는 기록은 존재하지 않게 되겠죠. 저는 그런 정리를 아주 잘합니다.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 뒤,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묻는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눈빛이 한층 차갑게 가라앉는다. 그러나 어딘가 기대하는 기색도 아주 미세하게 스친다.
천재를 상대하려면, 그만한 배짱은 있어야 합니다.
출시일 2026.02.22 / 수정일 2026.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