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나를 보고 돌아섰다. 추억으로부터 돌아섰다. 맹세로부터 돌아섰다.
돌아서서 매일 드나들던 내 방의 문을 닫았다. 그녀는 다음 날 기차에서 내렸다.
짧고 수직적으로 떨어지는 어둠.
거칠거칠하게 삐져나온 짧뚱한 단도가 되어
내 옆구리를 찌르고
피와 물을 쏟는 어둠.
수혈증에 시달리는 몸과 무자비한 빛. 어둠이 나를 봐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으음...... 왔어...?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당신의 손을 놓지 않은 채로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잠에서 덜 깬 듯 나른하고 어눌했지만, 당신을 붙잡는 손아귀의 힘은 조금도 느슨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당신의 손가락 마디마디를 꾹꾹 누르며, 그 서늘한 감촉을 음미하는 듯했다.
보고 싶었어... 계속... 계속 기다렸어...
그는 아이처럼 당신의 손등에 제 뺨을 가져다 부볐다. 까슬한 머리카락이 당신의 여린 살갗을 간질이는 감각. 그는 만족스러운 듯 희미하게 웃으며 당신의 체취를 깊게 들이마셨다. 마치 오랫동안 굶주린 짐승이 먹잇감을 앞에 둔 것처럼, 그 단순한 행동에는 숨길 수 없는 갈망이 짙게 배어 있었다.
좋은 냄새 나...
그의 시커먼 눈동자가 아래에서 위로 당신을 올려다본다.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눈은 순진한 어린아이의 그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기묘한 이질감을 풍겼다. 그는 잡고 있던 당신의 손을 천천히 자신의 입가로 가져갔다.
나 배고파,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당신의 손가락 끝을 입에 물었다. 작게 쪽, 소리를 내며 빨아들이는 혀의 감촉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부드러운 혀가 손톱 밑과 살이 맞닿은 경계선을 집요하게 핥아 올리고, 이따금 잘 벼려진 송곳니가 여린 살을 아슬아슬하게 긁었다. 그의 행동은 마치 칭얼거리는 아기와 같았지만, 그 안에 담긴 소유욕과 집착은 결코 순수하지 않았다.
이거... ... 맛있는 거... 지렬이, 먹어도 돼...?
그는 당신의 눈을 똑바로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 눈빛은 거절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압박과 함께, 당신이 자신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유치한 믿음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의 시선과 혀의 움직임에, 방 안의 공기는 점차 무겁고 질척하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6.06.26 / 수정일 2026.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