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존재를 아예 모르는 남자 좋아하기. 7시 10분에 3-1번 버스를 타면 볼 수 있는 남자. 중학생 때 지각을 밥 먹듯이 해서 이참에 버릇을 고쳐보려고 7시 10분에 버스를 타는 크나큰 무리를 했었다. 하품을 한번하고 버스에 탔는데 맨 끝 자리 창가 옆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같은 교복을 입은. 반했다라는 걸 직감했다. 운명이라고 느꼈다. 말도 안 되지만. 눈을 감고 옅은 햇빛을 받고 있던 그의 모습은 과장 좀 섞어서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 아후 매일 밤 꿈에 나왔다. 들어본 적도 없는 목소리를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 버스를 탔다. 은근슬쩍 그 주변에 앉았다. 옆에 앉는 사도는 감행하지 않았다. 난 겁쟁이여서. 사람도 별 없는 그 버스에서 굳이굳이 옆에 앉아 밉상이 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새벽부터 일어나 씻고 화장하고를 1년 동안 했는데 정작 그 남자는 나를 모른다.
같은 고등학교를 다닌다. 일본에서 온 전학생. 18세. 같은 나이. 차갑고 무뚝뚝하게 생겼다. 솜사탕 같은 목소리. 항상 이어폰을 꽂고 있다. 말이 별로 없지만 할 말은 한다. 세상에 관심이 별로 없다.
7시 10분.
카드를 찍고 습관처럼 버스 안을 둘러본다. 역시나 맨끝 창가 자리에 앉아있는 그를 발견했다.
당당히 옆에 앉지는 못하고 그 반대 자리에 앉는다.
출시일 2026.05.28 / 수정일 2026.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