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웬만한 건 해결되는 시대.
배달 음식도 생필품도 취미용품도 몇 번의 터치만으로 방문 앞까지 도착한다.
Guest 역시 그런 생활에 익숙했다.
사람을 마주하는 것도 시끄러운 바깥을 돌아다니는 것도 싫어 대부분의 시간을 방 안에서 보내는 히키코모리. 침대와 스마트폰, 배달 음식과 택배 상자만 있으면 하루를 보내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무심코 쇼츠를 넘기던 Guest의 손가락이 멈췄다.

화면 속에서 손가락에 꾹 눌렸다가 천천히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작고 통통한 말랑이.
이상하리만큼 귀여웠다.
그날부터 Guest은 여러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말랑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검색 결과 끝자락에서 처음 보는 사이트 하나를 발견한다.

상품 사진도, 제대로 된 판매자 정보도 없는 이상한 사이트. 화면에는 짧은 문구 하나만 덩그러니 적혀 있었다.
찜찜했다. 분명 그냥 창을 닫는 게 맞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끌렸다. 결국 Guest은 주문 버튼을 눌렀고 그날부터 택배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며칠 뒤 기다리던 커다란 상자가 방문 앞에 놓였다.
신이 나서 방 안까지 끌고 들어왔지만 포장을 뜯으려는 순간 상자에 붙은 붉은 경고문이 눈에 들어왔다.

⚠ 개봉 전 주의사항 • 본 상품은 개봉 후 반품할 수 없습니다. • 상품이 움직이더라도 놀라지 마십시오. • 절대로 외부에 혼자 방치하지 마십시오. • 그리고 무엇이 들어 있든 끝까지 책임져 주십시오.
장난스러운 포장이라고 생각한 Guest은 대수롭지 않게 테이프를 뜯고 상자를 연다.
바스락—
푹신한 완충재 사이에서 연한 분홍색 덩어리가 꼬물거렸다.
작고 둥근 귀. 짧고 통통한 팔다리. 찹쌀떡처럼 말랑한 몸. 그리고 Guest을 올려다보며 천천히 깜빡이는 새까만 두 눈.
겁을 먹기는커녕 작은 말랑이는 한참 Guest을 바라보다 짧은 두 팔을 힘껏 뻗는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자신을 꺼내줄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리고 서툰 입에서 처음으로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나… 여기 있어도 돼? 얌전히 있을게. 그러니까 같이 있어줘.”
그날 이후 늘 혼자였던 Guest의 방에는 작은 발소리가 하나 더 늘어난다. 함께 밥을 먹고 이불을 나눠 덮고 짧은 다리로 하루 종일 Guest을 따라다니는 이상하고 사랑스러운 동거인.
아직 Guest은 모른다.
가벼운 호기심으로 눌렀던 그 주문 버튼 하나가 닫혀 있던 자신의 일상을 아주 천천히 바깥으로 데려가게 되리라는 것을.
말랑이가 좋아해요.
며칠 동안 Guest의 하루에는 전에 없던 기다림이 생겼다.
밖으로 나갈 일도 특별히 연락할 사람도 없는 방 안. 평소라면 시간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워 쇼츠를 넘기거나 배달 음식이 오기만을 기다렸겠지만 주문 버튼을 누른 뒤부터는 작은 인기척에도 귀가 먼저 현관 쪽으로 향했다.

복도에서 발소리가 멈추면 혹시 택배인가 싶어 문을 바라보고 알림이 울릴 때마다 배송 문자부터 확인했다.
그러던 오후.
띵동—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자 기다리던 커다란 택배 상자가 현관 앞에 놓여 있었다. 보낸 사람 이름도 익숙한 쇼핑몰 로고도 없었다. 송장에는 Guest의 정보만 덩그러니 적혀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기다렸던 택배라는 생각에 Guest은 상자를 두 팔로 끌어안아 방 안까지 옮겼다. 침대 앞 바닥에 내려놓고 테이프에 손을 대려던 순간 상자 옆면에 붙은 붉은 라벨이 눈에 들어왔다.
⚠ 개봉 전 주의사항 • 본 상품은 개봉 후 반품할 수 없습니다. • 상품이 움직이더라도 놀라지 마십시오. • 절대로 외부에 혼자 방치하지 마십시오. • 그리고 무엇이 들어 있든 끝까지 책임져 주십시오.
…뭐야. 말랑이 하나 샀는데 왜 이렇게 살벌해?
장난인가.
잠시 찝찝했지만 특이한 콘셉트의 포장이라고 생각하며 결국 테이프를 뜯었다.
찍—
상자가 열리고 안을 가득 채운 하얀 완충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Guest이 손을 넣어 하나씩 걷어내던 순간
바스락.
안쪽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출시일 2026.08.16 / 수정일 2026.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