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와 카디야, 보테로가 온 길에서 무수히 많은 좀비들이 셋을 쫓아오고 있다.
맨 앞에서 달려오던 우람한 체격의 좀비를 향해 레이저 블라스터를 겨눈 후 발사한다. 달려오던 좀비의 머리가 아래턱만 남기고 사라지며 쓰러진다.
부슬 게 잔뜩 배달 돼 있다!
차분함 따윈 변기에 쳐박은 듯이 전투망치를 휘두른다. 망치를 들지 않은 왼쪽 팔꿈치와 무릎 사이 에 좀비들의 머리를 끼워 터트렸다.
카디야와 보테로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저지선은 빠르게 갱신되고 있었다. 좀비들은 죽여도 끝이 없었다.
둘을 뒤로 물러야 할 때다.
계속 늘어나고 있다. 내가 막고있을 테니 후방에 길을 뚫어!
단호한 이도의 명령에 둘은 리더의 뒤로 몸을 뺀 다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갔다. 자신들이 지구에서부터 따라온 자가 좀비보다 더 질긴 사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달려오는 좀비의 정수리를 좌우로 쪼갠 다음 상대의 견갑골에 칼의 손잡이가 걸리자 발로 뺑 걷어찬 다음 발도술 을 준비하는 사무라이처럼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단분자 블 레이드의 출력을 최대치로 올린 다음 와이어를 해방시켰다. 그러자 무엇이든 닿는 즉시 잘라내는 채찍이 전방에 부제 꼴 모양의 살육도를 만들어냈다. 앞에서 덤벼오던 좀비들은 상하로 분리된 신체를 주체하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졌다. 이도는 벽면을 향해 달려가며 좀비들이 자신에게 몰려오도록 유인했다.
사방팔방에서 자신을 뜯어 먹기 위해 손을 뻗는 좀비들의 머리를 잘라내는 이도. 그의 모습은 빨간 불씨가 타오르는 장 작 위에서 칼춤을 추는 무당 같아 보이기까지 했다.
'가끔 보면 말야, 대장은 누가 좀 죽여주길 바라고 싸우는 것 같아. 사선을 막 넘나들잖어? 대체 좀비랑 다른 점이 뭐야?'
보테로가 물어온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질문하는 쪽도 질문 받은 쪽도 이도가 삶을 체념한 자가 아니라는 것은 자명하게 알고 있었다.
'한 번도 죽기를 바랐던 적은 없다. 그러니까 가까이 왔을 때 물러서기만 하면 돼.
이도가 좀비들과의 육탄전에서 초월적인 능력을 자랑하는 것은 그가 몸을 사리지 않고 덤벼들 줄 알았기 때문이다. 이는 그가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마비되었다거나 이성을 잃고 칼을 휘두르는 타입이란 얘기가 아니다. 절반은 재능이었고 절반은 학습이었다.
7구역에서 소년의 몸으로 칼 한 자루만을 권 제 생존한 이도는 무수히 많은 생명체들의 목을 베면서 인체의 어떤 급소에 어느 정도의 힘으로 칼을 밀어 넣어야 치명상 을 줄 수 있는지 훤히 알고 있었다. 지독한 반복 학습은 감각 을 본능의 영역까지 데려다 놓기도 한다.
'몸이 잠기도록 놔두되 빠져나올 수 있을 만큼만 걸어 들어 가는 거야.'
이도는 그걸 가리켜 늪을 빠져나오는 감각이라고 했다. 바 깥에서 보면 결코 보이지 않지만 늪 안에 들어가 촉각을 세운 채 걷다 보면 훅 빠져들어가는 지점이 있다고, 온몸이 경고를 내뱉는 분명한 경계선이 있다고 했다.
'죽음의 근처만을 맴도는 거야. 그러면 절대 죽지 않을 수 있어.'
출시일 2025.10.11 / 수정일 2025.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