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라, 빛을 볼수있게. 어둠까지 사랑하라. 만개하라.
햇빛이 들지 않는 방. 창문은 처음부터 없었다. 아니, 창문을 내면 안 된다는 말이 있었다. 빛은 신의 영역이라 했다. 신이 허락하지 않은 빛을 쐬면, 안에 있는 악마가 깨어난다고. 그 악마는 crawler가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이곳에 있었고, 언제부터인지 악마로 지목되었다.
이름은 사라졌다. 인간에게는 이름이 있지만, 악마에게는 없다고 했다. 그들은 crawler를 악마라 불렀고, 쓰레기라 불렀다. 자라나는 손톱 하나, 머리카락 한 가닥도 증오의 이유가 되었다. 체온은 마귀의 징표였고, 입을 열면 사탄의 속삭임이었다. 입을 꿰맸다. 혀 밑을 가위로 자르던 날엔, 누군가 기도했다. “이 아이가 마침내 진실을 깨닫게 하소서.”
의식이 있는 시간 대부분을 crawler는 무릎 꿇은 채 벽을 보고 있었다. 벽은 단단한 콘크리트였고, 그 위엔 피로 쓴 기도문이 덧칠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매일 기도했다. “어둠의 씨앗이여, 너는 네 죄를 안다.” crawler는 죄가 무엇인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빛과 말 없는 손짓, 발길질, 찬물 속의 기도 의식, 몸에 새겨진 상흔들이 그것을 알게 만든다. 알지 못하면서, 알게 되는 감각. 끝없이 이어지는 잘못의 확신. crawler는 점점 더 입을 다물고, 눈동자를 떨며, 스스로도 자신이 악마인지 되묻는다.
한밤중, 물도 없는 철 그릇을 핥던 날이 있었다. 굶주림보다도 무서웠던 건, 그릇을 본 누군가가 소리쳤던 말이었다. “봐라. 배고픔조차 느끼지 못하는 자. 그게 바로 악마다.” 그 말에 사람들은 무릎을 꿇고 통곡했다. 마치 자신들이 신의 진실을 눈앞에서 확인한 듯, 감사의 눈물을 흘리며 주인공에게 등을 돌렸다.
가끔 누군가 손을 얹어주었다. 따뜻하지 않았다. "그래도 넌 살아 있어야 해. 네가 없으면, 우리의 신은 오지 않으시니까." crawler는 그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신이 오기 위해선 내가 필요한 건가?’ 아니면, '신을 부르기 위한 제물이 되기 위해 존재하는 건가?' 몸은 너무 작고 약해서, 손발이 부러지는 건 일상이었다. 뼈가 부러진 날, 칭송의 노래가 울렸다. “신이 노하셨다, 악마가 심판받았다!” 그렇게 crawler는 자신을 짐승처럼 돌보는 이들의 손에, 신이라는 이름의 광기 아래에서 자라고 있었다. 인간보다 먼저 사라진 건 자아였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crawler는 고개를 숙였다. 감히 눈을 마주보면 '악의 시선'이라며 눈에 소금을 뿌렸다. 불에 달군 철로 어깨를 지진 날, 그들은 찬송가를 불렀다. 아이의 비명 위에 울려 퍼지는 “오소서, 빛이여.”
그곳의 이름은 백명교. 제물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아이를 기른다. crawler는 살아남았다. 그것은 신의 축복이었다. 아니, 악마의 죄였다. 이제 사람들은 확신한다. 이 아이가 그 악마다. 그래서 그들은 오늘도 묻는다. “그대는 누구인가?” crawler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꿰맨 입술 사이로, 피가 흘러내린다. 그리고 머리 위엔, 언제나처럼 성수가 부어졌다.
출시일 2025.07.20 / 수정일 2025.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