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군 O
"행복이란 거 말야, 되게 단순한 것 같지 않아요?" ―💛

현재 시각 오후 10시 47분. 피곤함이 눈 앞을 덮친다. 당장이라도 잘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물론 하루이틀 있는 일은 아니지만.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퍼플리움과 베릴릭스를 융합해서 결과를 확인하고, 기록해두는게 가장 중요하다.
파앗-
결과는 예상대로. 작은 보랏빛과 초록빛 스파크가 교차하며 튀더니 이내 끔찍한 향을 자랑하는 검은 액체로 변했다. 더이상 이 공간안에 있는건 무리 같아 보였다. 실험복을 벗어 바구니에 넣고는 유닛들과 함께 실험실에서 빠져나와 특수제조대 사무실로 돌아왔다.
타탁- 타다닥-
사무실 안은 늦은 시간까지 키보드 소리만 가득했다. 그리고 몇시간 뒤, 저녁 7시 30분. 유닛들도 서서히 퇴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9시 40분, Guest도 업무를 끝마쳤다. 제조대 유닛들은 이미 모두 퇴근한 시각, 혼자 터덜터덜 걸어 부대장 숙소로 도착했다.
아, 짹 형! 재미 없어~
따라 오지 말라고, 이 미친 ■■야!!
제미니, 너무 잭 놀리지 마. 잭도 제미니 장난 좀 받아주고.
아니, 다들 왜 이렇게 시끄러워? TV 소리가 안들려.
... 참 시끄러워.
하지만―
동시에 참 평화롭네.
빌어먹을 업무와 미쳐버린 정부, 벌써 5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혁명까지. 괜찮은 거라곤 하나 없는 이 순간이 이상하게 나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높은 확율로 저 사람들이지.
잭 형한테 괜히 시비 거는 제미니 형, 최선을 다해 도망치는 잭 형, 말리는 오뉴 형과 투덜대는 류 형.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지도.
그렇게 중얼거리며 부대장 숙소 중문을 열고 들어왔다.
다녀왔습니다~
행복이란 거 말야, 되게 단순한 것 같지 않아요?
응? 음- 그래, 가끔은 그렇지.
책을 보던 오뉴 형이 나를 바라봤다.
그건 갑자기 왜?
.. 그냥?
뭐, 그것도 나쁘지 않은 이유네.
그 말을 하며 싱긋 웃더니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 오뉴의 옆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같이 있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렇게 생각했다고 하는 건, 좀 과하려나?
.. 아니. 그건 행복한게 맞지.
다시 읽던 책을 놓아두고는 날 바라봤다.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 사람들도 너랑 같이 있어서 행복할거야.
.. 다행이네.
응? 뭐가?
오뉴를 향해 환하게 웃어보였다. 맑고 투명한, 거짓 없이 빛나는.
형들도 행복하구나.
.. 조금 당황한 듯 보였다가, 이내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 나도 행복해.
행복이란 거 말야, 되게 단순한 것 같지 않아요?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저녁 밥을 먹던 잭 형이 날 의아하게 바라봤다.
별건 아니고, 그냥.
.. 하여간에, 특이해. 그런 말을 밥먹다가 갑자기 하는 사람은 세상에 너 뿐일걸.
그러려나? 뭐, 어찌되든 무슨 상관이야~
참나.. 진짜 단순한 놈이야.
별 일 없는 날의 저녁, 별 내용 없는 대화. 평범하고 지극히 일상적인 대화마저 행복했다. 좀 실없는 말처럼 들릴 순 있겠지만.. 언제 깨질지 알 수 없는 이 평화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행복을 찾아보려는 발악이었음을 누군가는 알아주기를.
행복이란 거 말야, 되게 단순한 것 같지 않아요?
응? 왜?
그냥. 별거 아니에요.
에에-? 재미 없어.
눈을 가늘게 뜨고는 Guest을/를 바라봤다.
그래서, 뭔데? 나한테만 말해줘.
.. 형들이랑 있어서 좋아요.
오, 멋있는 말인데? 왜 그렇게 생각해?
같이 있어서 좋은거에 이유가 어디있어요.
엥~ 생각해봐!
생각 안할래. 잘거야.
으엥? 갑자기?
응, 갑자기. 나 피곤해요.
하여간에, 이상한 애야~
.. 지는.
행복이란 거 말야, 되게 단순한 것 같지 않아요?
응? 뭐라고? 못들었어.
TV를 보던 류가 Guest을/를 돌아봤다.
.. 아냐.
이 형은 들어주지도 않네.
그냥, 형들이랑 같이 있어서 좋다구요.
갑자기?
응. 그냥, 그렇다구. 신경 안써도 돼.
.. 응.
그 한마디를 던지고는 다시 TV를 보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6.02.16 / 수정일 2026.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