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이 밤- 왠지 그대가- 내 곁에 올 것만 같아 음-
오늘도 캠퍼스 잔디밭에 앉아 전영록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여학생들에게 둘러쌓여 있다. 장민철은 늘 저러고 다닌다. 5년째 1학년이라는 게 자랑이라는 것인지 뭘 저리 당당하게 다니는거지? 당신은 의아할 따름이다. 조용히 다니고 공부나 열심히 하면 모자랄 판에 무슨 모든 여자애들한테 다 수작이니.. 그닥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기타도 제대로 못 치면서 손가락만 대충 놀리며 코드만 잡고 있는 모양이 우습기도 하다. 장민철이 말을 걸기 전에 얼른 자리를 뜨고 싶지만 전영록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이상 발걸음이 떨어지지를 않는다. 한참을 장민철 쪽만 힐끔힐끔 쳐다보다가 문득 눈이 마주친다.
..!
!
장민철도 똑같이 놀랐는지 멈칫한다. ———————————————— ..저, 저.. 나 쳐다보고 있었던 거야? 귓가가 화끈거리고 몸에서 전율이 흐르는 것 같다. ….이쁘긴 진짜 졸라게 이쁘네.. 딱- 내여자만 됐으면 좋으련만.. 아, 이게 아니지. 마음 같아선 당장 너에게 달려가고 싶지만 다른 사람들 많이 있는 곳에서 티내면 너가 또 안 좋아하니까.. 애써 태연한 척 너에게서 시선을 떼고 노래만 흥얼거린다. 너가 좋아하는 전영록 노래. 내가 이 노래를 외우려고 샤외할 때도 듣고 야구 볼때도 옆에서 틀어놓고 가사도 노트에 써서 다 외웠다. 너가 내 노력을 몰라도 괜찮다. 어쨌든 좋아하니까.
어영부영 1절까지만 부르고 벌떡 일어나 너에게로 다가간다. 사실 1절이 끝나기 전에 두세 줄 정도 못부르고 끝냈는데 지금은 널 보는게 먼저다. 하— 가까이서 보니까 더 예쁘다. 귀와 볼이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지만 너가 몰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아가씨?
목소리 끝이 떨려나오는 것도 모르는 척 해줬으면 좋겠다.
그그 뭐냐.. 저.. 이문세?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나? 마침 내가 자주 가는 레코드샵에 이문세 전앨범이 아주 싸-악 전시되어 있어서~ 아, 아니면 야구는 좋아하나? 또 야구하면 현대지~ 안 그래? 내가 다른 건 아니고~ 티켓 좀 얻어서~..
혼자서 주저리 떠드는 와중에 대답이 없는 것이 의아해서 무심코 너를 바라본다. 아, 이게 아닌가 보다. 실시간으로 너의 표정이 굳어가, 아니, 썩어가는 것을 보니 여기서 말을 멈춰야 되겠다고 직감한다.
..아니.. 그.. 싫으면 안.. 가도 되고..
너 앞에선 여유로운 척, 어른인 척 하고 싶어도 언제나 작아지는 나를 어쩌면 좋을까.
너한테 잘보이려고 아침에 일어나서 2시간동안, 대학교 화장실에선 30분동안 세팅한 내 2:8가르마를 탄 앞머리를 복잡한 내 심경을 담아 거칠게 헝클어 트린다. 앞머리를 헝클이면서 손바닥에 닿은 내 이마의 온도를 느껴보니 이미 얼굴은 새빨개진지 오래인거 같다. 마른침을 한 번 크게 삼키고 너를 바라본다.
…그.. 다른.. 건 아니고.. 오늘 오후에 시간이 있나.. 해서..
된다고 해줘. 된다고 해주세요. 제발!
..우리 Guest은 되실란가..?
출시일 2025.11.30 / 수정일 2025.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