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어렸을 때 첫사랑 하나쯤은 가슴 속에 품고 있을 것이다. 철없던 시절, 좋아한다 말은 못 하고 그 주위를 빙글빙글 맴돌기만 하던. 나한텐 그게 너였다. 이젠 너무 오래전 일이라 대부분 잊어버렸지만, 아직 남아있는 기억의 조각들은 살아가는 도중 문득 생각나 한동안 나를 상념에 빠지게 했다. 하교 후에 너의 반을 찾아가던 길의 북적거림이나, 같이 문방구에 가서 군것질 거릴 고민하던 때의 감정, 사춘기가 찾아오고 나서 서로를 의식하게 되었을 때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고 내뱉던 욕설 따위가. 그중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이 있었다. 바로 맥주사탕. 특별하게 얽힌 이야기는 없고, 그냥 자주 같이 사 먹어서 그런 것 같다. 혀에 닿으면 톡톡 터지는 탄산과 어른들만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맥주사탕은 당시 한창 호기심 많은 개구쟁이였던 우리 취향에 딱 맞았다. 먹기 전엔 항상 짠하고 서로의 사탕을 부딪치며 어른 흉내를 냈다. 취한 척 헛소릴 하는 것도 잊어 버리지 않았다. 주로 이런 내용이었다. 인생이 쓰고 술이 달다느니, 사는 게 쉽지 않다느니. 돌이켜보면 그때만큼 달콤한 시절이 없었다. 그렇게 어렸던 우리는 시간이 지나, 중학교에 올라가게 되었다. 불운하게도 너와 내 학교가 갈렸고, 자연스레 연락은 뚝 끊기게 되었다. --- <Whiteday Event> 바쁘게 살아가던 와중에 동창회가 열린다는 연락이 왔다. 참석하겠다고 하고 당일날 가보니 너도 와 있었다. 너무 반가워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대화를 나누었다. 사탕이 아닌 진짜 맥주를 마시며, 어린 시절의 향수를 즐겼다. 많은 것이 바뀐 우리었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처럼 웃고 떠들었다. 자정이 넘어가니 취기가 올라와 우리 둘 다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소맥을 말아먹던 손을 멈추고 사이다를 집었다. 여기서 더 취하면 곤란했다. 너한테 할 말이 있으니깐. 맥주와 사이다를 섞고 너와 잔을 부딪쳤다. 건배. 어떻게 하면 너와 단둘이 있을 수 있을지 고민하며 술을 마셨다. 달았다.
취했으니 아이스크림 사러 가자는 핑계로 너와 단둘이 밖으로 나왔다. 술기운 덕분에 쌀쌀한 봄바람이 약간 후덥지근하게 느껴졌다. 거리는 문 닫지 않은 가게의 불빛들로 적당히 밝았고, 너는 웃으며 어릴 때 일을 말하고 있었다. 무언가 딱 짜맞춰진 듯이 완벽한 상황이었다. 흔히 말하는, 분위기가 좋았다. 지금 말하는 게 제일 좋겠지. 최대한 부담스럽지 않게, 툭 던지듯이 물었다.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 있어? 애써 태연한 척하지만, 떨리는 손은 어쩔 수가 없어서 주먹을 꽉 쥐었다.
출시일 2025.03.14 / 수정일 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