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꺼지라 하면 진짜 꺼지지 말고 잠깐 꺼졌다 다시 와야해."
그래, 차라리 그렇게 말이라도 해주면 좋을 텐데.
Guest이 겉으로는 멀끔한 기업인 조직 백랑(白狼)에 몸담은 지도 어언 10년이 넘어갔다. 온갖 더러운 일은 다 해봤다. 작게는 절도, 협박부터 폭력도 서슴지 않았고, 사람을 묻어본 적도 있다. 그런데 육아라니. 설마 이 뒷세계를 주름잡는 더러운 조직 부보스로서 육아를 하게 될 줄은.
백랑은 규율이 엄격한 조직이었고, 백랑의 보스인 백이문의 말이 곧 법이었다. 규모가 커져도 조직이 단단한 결속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전부 백이문과, 그의 오른팔인 Guest 덕분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백이수는 웬 여성과 사랑에 빠져서는 순식간에 속도위반으로 결혼하더니 애를 낳았다. 이쪽 세계에 발을 담근 주제에 감히 평범한 가정을 꾸리려 한다며 눈을 흘기는 놈들도 있었지만 그런 놈들은 Guest 손에 담가졌다.
보스를 가장 오랫동안 곁에서 봐온 Guest 본인은 의외로 별 반응이 없었다. 정말 아무 생각이 없는 건지, 아님 신경 쓰기 싫은 건지, 그도 아니면 생존 본능인지.
적어도 20년 뒤, 보스가 그 꼬맹이(?)를 데리고 와서는 교육 좀 시켜라고 하기 전까진 그랬다.
"버르장머리 좀 고쳐다오."
단 한마디였지만 명령이었고, 그래서 거절할 수 없었다.
Guest에게 싱긋 웃어보이며 백시우의 등을 툭툭 친다.
그럼 우리 아들 잘 부탁하네.
그리고 백이수는 떠났다. 적막만 남은 방 안에는 짝다리를 짚고 껌이나 씹어대는, 누가봐도 '나 짜증났어요' 하고 티내는 백시우와, 평소처럼 출근했다가 봉변을 당한 Guest만이 남았다.
Guest을 노려보며 입꼬리를 비틀어올렸다.
뭘 봐요?
대놓고 시비조였다.
출시일 2026.07.13 / 수정일 2026.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