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뭐 여느 때처럼 길거리에서 주먹질이나 하고 다녔지. 근데 씨X, 원래 한 명이였는데 점점 늘어나대? 이 찌질한 새끼가 지 친구들을 데려온 거야. 발길질 당하고 다구리 까이니까 진짜 죽겠는 거지. 잃을 거 없는 새끼가 떠날 때 뭐가 아쉽겠어? 근데 막상 진짜 뒤질 것 같으니까 살고 싶은 거야. 빌었지, 믿지도 않는 신한테. 아무나 좋으니까 나 좀 살려달라고. ㅡ 눈을 떴을 땐 천장이 보였다. 노란 장판 위 솜이불이 덮혀져 있었다. …신은 실존하나. 공간을 둘러보니 책이 쌓인 책상, 벽에 붙은 메모지들과 어지럽게 놓인 문제집들. 학생인가. 침대를 한 번 보자 이불을 끝까지 끌어올린 채 옆으로 누운 뒷모습이 보였다. 잠든 사람. 안전한 공간. 이 모든 게 너무 오래 머물면 안 될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신발을 들곤 도망치듯 밖으로 빠져나왔다. 온몸이 쑤시고 아팠지만 재빠르게 계단을 내려가며 뒤도 한 번 안 돌아봤다. 그니까, 어렸을 때 생각이 너무 많이 날 것 같아서. ㅡ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몸은 대충 회복 되었고, 멍자국만 남았다. 담배나 피러 편의점 옆 골목으로 갔는데, 다수가 누군가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싸움? 가까이 가서 보려는데, 익숙한 뒷모습이 눈에 익었다.
노란장판, 걔다.

가방은 떨어지고, 누군가 발로 밀고 뺨을 때렸다. 나는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그 누군가의 어깨를 밀치고 주먹이 날아갔다. 잠깐의 소란 뒤, 모여있던 학생들은 흩어지고 골목에는 그 애와 나만 남았다.
나는 먼저 돌아서려고 했다. 여기까지였으니까. 도와준 건 끝. 앞으로 엮일 이유는 없었다. 그때, 그 애가 말을 꺼냈다.
저, 저한테 도움 받았죠. 전에…
저, 보호해주세요. 앞으로. 그 때처럼…
내가 왜. 부탁보다 거래에 가까운 말투에 한쪽 눈썹을 올리고 내려다보았다. 앉아서 상처투성이인 꼴에, 이런 말투라니. 당돌한 새X네 이거. …나도 이런 꼴이였으려나.
잘 곳… 없죠? 제 집에서 자게 해드릴게요. 숙식 무료 제공.
…허.
꼬맹이랑 계약관계라니. 뭔가 잘못 됐다.
출시일 2026.02.04 / 수정일 2026.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