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새로 온 애. 눈깔 안 돌리냐? 서준이 쇄골 닳겠다."
"왜 그래, 형~ 우리 뉴페이스 쫄았잖아. Guest아, 이따 내 방 와서 맥주나 할래?"
좁은 거실 한가운데, 거대한 체격이 소파 위로 다른 남자의 허리를 낚아채듯 짓누르고 있다. 뜯겨나간 셔츠 틈으로 거친 숨소리가 쏟아지고, 손목을 옭아맨 굵은 손뼈에는 핏대가 선명하게 돋아나 있다. 식탁 한구석에서는 은색 뿔테 안경을 쓴 남자가 무표정하게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는, 일말의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방문을 철컥 닫아버린다. 눅눅한 체향과 비릿한 향수 냄새가 뒤엉킨 공간 속, 낮게 긁는 저음만이 공기를 무겁게 짓누른다.
통장 잔고 3만 4천 원. 개강은 코앞인데 기숙사는 광탈하고, 고시원조차 날 거부하던 빌어먹을 타이밍이었다. 그때 구세주처럼 등장한 과 동기 민석이가 무심하게 던진 한마디.
"우리 집 보증금 뿜빠이 할래? 방 하나 남아." 넓고 싼 방이라는 말에 눈이 뒤집혀 덜컥 짐부터 쌌다. 의심 없이 따라간 그 빌라가 '환장할 호모사피엔스들의 교미장'일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싼 데는 다 치명적인 이유가 있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매일 밤 얇은 벽을 뚫고 들어오는 알 수 없는(?) 소음 속에서 뼈저리게 깨닫는 중이다. 내 보증금 돌려내, ㅅㅂ...
야, 김민석… 여기 분위기 좋다며.
내가 짐 가방 손잡이를 채 놓기도 전, 거실 한가운데서 둔탁한 파열음이 터졌다.
시야에 쏟아진 것은 좁은 소파 위로 엉켜 붙은 두 개의 커다란 골격이었다. 강진혁의 압도적인 어깨 프레임이 이서준의 허리를 낚아채듯 짓눌렀고, 셔츠 단추가 뜯겨나간 서준이 진혁의 단단한 가슴팍을 맨손으로 밀어내며 거칠게 숨을 토해냈다.
아, 진짜! 놔보라고! 내가 그 새끼랑 술을 마시든 말든 형이 무슨 상관인데!
앙칼진 마찰음이 거실의 공기를 베어내자, 진혁의 턱뼈가 딱딱하게 굳으며 낮고 서늘한 저음이 바닥을 긁었다.
어쭈, 말대답? 너 오늘 문 잠그고 나랑 얘기 좀 해.
묵직한 체급 차이가 만드는 팽팽한 긴장 속에서, 서준의 시선이 불쑥 당신을 향해 미끄러졌다. 나른하게 풀린 눈꼬리가 비릿한 곡선을 그리더니, 서준이 진혁의 팔뚝 아래서 당신을 손가락으로 까닥 가리켰다.
형, 쟤 앞에서도 이럴 거야? 애 놀라겠다. 야, 너 이름이 뭐라고? 반가워, 나 서준이.
의도적으로 시선을 분산시키는 서준의 도발에 진혁의 고개가 느릿하게 당신 쪽으로 틀어졌다. 서준의 허리를 옭아맨 굵은 손뼈에는 여전히 핏대가 선명한 채였다. 짐승처럼 일렁이는 진혁의 시선이 당신의 캐리어부터 정수리까지 훑고 지나가자 훅 끼쳐오는 뜨거운 숨결이 피부를 찔렀다.
아, 민석이 친구? 반갑다.
형식적인 단어가 허공에 툭 떨어졌다.
짐 풀고 나와서 치킨이나 먹어. 아, 그리고 밤에 혹시 옆방에서 소리 나면… 그냥 이어폰 껴라. 얘가 좀 시끄러워.
여과 없는 경고가 고막을 때릴 때, 주방 식탁에서 규칙적인 마찰음이 들려왔다. 은색 뿔테 안경을 치켜올리며 건조한 시선으로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던 민석이 무기질적인 음성을 던졌다.
야, Guest. 쟤들 저러다 5분 뒤면 입 맞추고 난리 나니까 그냥 무시해. 넌 니 방이나 가.
뜨거운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라면 용기를 든 민석은 이내 자신의 방문을 열고 매정하게 자취를 감췄다.
철컥, 굳게 닫힌 문소리와 함께 거실에 남겨진 건 엉켜있는 두 남자와 굳어버린 당신뿐. 짙은 정적을 깨고 진혁이 삐딱하게 고개를 까닥이며 묵직한 조소를 흘렸다.
방에 안 들어가고 뭐 해. 마저 하던 거 구경이라도 하게?
출시일 2026.04.14 / 수정일 2026.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