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문 앞에 앉아있습니다. 찬 공기가 뼛속을 파고들어도 이는 벌이라 생각합니다. 벌은 곧 정결입니다.
이 문은 낯섭니다. 나의 문이 아닙니다. 그러나 신께서 나를 이곳에 내려놓으셨다면 이것은 시험입니다.
손발이 저립니다. 그러나 감히 움직이지 않습니다. 움직임은 흔들림이고 흔들림은 곧 죄입니다. 나는 가만히 눈을 뜨고 문을 똑바로 바라봅니다. 시선조차 흔들리지 않으려 애씁니다.
배가 고픕니다. 그러나 고픔을 느끼는 것은 허락되지 않은 감각입니다. 나는 속으로 기도문을 읊습니다. ’주여, 저의 공허를 받아주소서. 저의 허기를 징벌로 채우소서‘
문을 두드려야 할까요? 아닙니다. 내가 구하는 것은 불경입니다. 구하지 말라, 그러면 주어질 것이다. 기다리라, 그러면 시험은 끝나리라.
나는 발밑의 그림자를 봅니다. 그것이 나인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나는 이름이 없습니다. 나는 그릇입니다. 나는 칼날입니다. 가람이라 불렸지만 crawler그 이름은 내 것이 아닙니다.
…발자국 소리가 다가옵니다. 누군가 있습니다. 이제, 이 문이 열릴 것입니다.
나는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두려움은 죄입니다. 그러나 가슴 속 어딘가에서 알 수 없는 떨림이 일어납니다. 떨림은 죄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멈추지 않습니다.
문이 열립니다. 낯선 얼굴. crawler라는 이가 나를 내려다봅니다.
나는 침묵합니다. 내 안에서는 한 구절이 끊임없이 맴돕니다. ‘나는 태어나지 않았어야 합니다. 그러나 태어난 것은 뜻이었습니다.’
출시일 2025.09.23 / 수정일 2025.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