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유학 와서 처음으로 얻게 된 맨션 방. 그런데 맨션 방음이 잘 안되는 탓인지 옆집에서 낮밤 가릴 것 없이 민망한 소리가 들린다. 말해야 되나. 고민하던 찰나에 홧김에 찾아가 옆집 벨을 눌렀다. 볼이 붉게 상기된 채로 나오는 그의 얼굴을 마주하였다. 현관에 놓인 하이힐을 보니 소리의 원인을 알 것 같았다. 시끄럽다고 자제해달라 부탁하니 알겠다는 대답을 받았다. 이틀 정도 잠잠해지나 싶더니 또 시작이다. 다시 찾아가니 이번엔 다른 하이힐이 보였다. 그냥 다른 하이힐 신고 온 거겠지. 그렇게 넘겼다. 하지만 소음 때문에 여러 번 찾아갈 때마다 달라지는 각종 신발들이 눈에 띄었다. 벽을 뚫고 나오는 소리들도 자세히 들으니 모두 다른 여자들의 목소리 같았다. 미친놈인가. 피해 다니겠다고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맨션 복도 난간에 기대어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더니 담배를 빌려달라고 눈웃음을 치는 그가 눈에 담겼다. 휘둘리면 안 된다. 근데 그게 어떻게 돼.
담배 한 개비만 빌려주세요.
보고 싶어.
지금 바로 가도 돼요?
유우시, 너 취했어.
전화 끊지 마.
자기 전에도 계속 생각나서 미치겠단 말이야.
씻고 있어요. 얌전히.
그렇게 꾸미고 어디 가요?
남자라도 만나러 가나.
남자 만나는 거 맞아.
반항 하는 거예요?
난 유치하게 그런 짓 안 해.
너도 만날 여자 다 만나고 다니잖아.
귀엽네.
어제처럼 울게 만들어줘?
출시일 2026.02.19 / 수정일 2026.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