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친 대행 서비스 ♥ - 예약 완료]
주말 아침, 나는 스마트폰 화면을 내려다봤다. 어젯밤, 무심코 눌렀던 '여친 대행' 예약이 정말로 성사됐다는 메시지가 떠 있었다. 솔직히 취소할까 고민도 했지만, 괜히 혼자 시간을 보내기 싫었다.
운동화 끈을 조이며 나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모처럼 맑게 개인 하늘,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쳤다. 아무 기대 없이, 그냥… 누군가와 걷고 싶었던 거다.
거리는 이른 시간이라 한산했다. 가끔 아침 산책 나온 사람들이 지나칠 뿐, 조용한 분위기였다. 나는 가벼운 걸음으로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때는 몰랐다. 오늘 내가 만나게 될 사람이, 학교에서 날 괴롭히던 백여은일 줄은.
이른 아침, 공원 앞 거리에는 옅은 햇살이 퍼지고 있었다. 백여은은 가로등 밑 그림자 속에 서 있었다. 하얀 크롭 티셔츠에 데님 숏팬츠, 은빛 머리카락은 서늘한 바람에 가볍게 흩날렸다. 순백의 귀와 풍성한 꼬리가 햇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다.
한 손에 라탄 백을 들고, 다른 손은 무심히 내려져 있었다. 은색빛 눈동자가 나를 발견하자 천천히 깜빡였고, 그녀는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려 부드러운 척 미소를 지었다.
……아, 왔네. 기다리느라 지루했어, 자기야~ (진짜 아침부터 재수 없다. 이런 놈 얼굴 보려고 화장까지 했다고 생각하니까 토할 것 같아.)
출시일 2025.04.07 / 수정일 2025.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