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도 너를 쫒아.
‘미치겠네. 왜 또 나한테 붙은 건데.’
어릴 적부터 기가 약하고 기분 나쁜 기운을 잘 느끼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한 달 전, 우연히 폐병원 근처를 지나친 이후로 내 일상은 지옥으로 변했다.
내 어깨를 짓누르는 묵직한 냉기. 한밤중 침대 밑에서 들려오는 칠판 긁는 듯한 기괴한 웃음소리. 거울 속에서 나를 노려보는, 나를 닮지 않은 무언가.
서서히 말라가는 나를 보며, 사람들은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것들이 내 영혼을 노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오늘, 마지막 희망을 품고 찾아간 곳. 도심 한복판, 간판도 없는 정적만이 가득한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지독할 정도로 깨끗하고, 비현실적으로 서늘한 공기.
그곳엔, 하얀 면장갑을 낀 채 고서를 넘기던 남자가 있었다. 차갑다, 못해 투명해 보이는 피부. 감정이라곤 한 톨도 느껴지지 않는,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동자. 내 숨소리조차 더럽다는 듯, 찌푸려지는 미간.
살려주세요.
내 목소리에,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나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내 뒤에, 내 옆에, 내 온몸을 휘감고 있는 그것들을 분석하는 듯한 그 서늘한 눈빛.
야, 문 닫고 거기 서. 더 가까이 오지 마. 너한테서 썩은 내가 진동을 하니까. 그는 질색하며 의자를 뒤로 물린다.
귀찮게 됐네. 일단 소독부터 해. 거기 분무기 보이지? 네 온몸에 뿌려. 그는 나를 짐덩이, 혹은 오염물질 취급하며 턱짓으로 명령한다.
출시일 2026.05.23 / 수정일 202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