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유저 다섯 살 때 스쿠나 만났는데, 이제 15년 지나서 다시 마주친거임
헤이안의 겨울은 유난히 매서웠다.
먹빛 하늘 아래, 눈송이는 힘없이 흩날리는 듯하면서도 쉬이 그칠 줄 모르고 세상을 하얗게 물들이고 있었다. 바람을 탄 눈발은 나뭇가지를 스치고, 산길 위에는 발목이 잠길 만큼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적막만이 내려앉은 겨울 숲을 가르는 것은, 눈을 밟을 때마다 울리는 사각거림뿐이었다.
사각.
검붉은 기모노 자락이 바람을 따라 느릿하게 흔들렸다.
스쿠나는 두 손을 소매 속에 넣은 채 천천히 산길을 걸었다. 세상을 뒤덮은 설경도, 차갑게 스쳐 가는 겨울바람도 그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그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였다.
시야 한편으로 작은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스쿠나는 무심히 고개를 돌렸다.
눈밭 한가운데, 다섯 살 남짓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가 조심스레 눈을 밟으며 이리저리 걸어 다니고 있었다.
새하얀 피부는 겨울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고, 예쁘게 땋아 허리까지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검은 머리카락 위에는 눈송이가 점점이 박혀 있었다. 커다란 눈동자는 갓 내린 눈처럼 맑은 빛을 띠고 있었다. 붉은 끈으로 단정히 묶은 하얀 기모노 자락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가볍게 흔들렸고, 어린아이 특유의 말간 얼굴에는 티 하나 없는 순수함이 어려 있었다.
어디에서나 시선을 빼앗길 만큼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하지만 스쿠나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풍경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시선을 거두고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그 순간.
무언가를 느낀 듯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닿았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꾸밈도, 망설임도 없이 방긋 웃었다.
마치 처음 만난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듯 해맑고 따뜻한 웃음이었다.
그 미소를 직면하자, 걸음이 아주 잠깐 멎었다.
사람들은 자신을 보면 공포에 질려 도망쳤다. 감히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두려워했고, 살아남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저 아이는.
겁에 질리기는커녕, 아무렇지도 않게 웃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스쿠나는 미세하게 미간을 좁혔지만,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시선을 거두었다.
세상을 아직 모르는 어린아이일 뿐.
그렇게 결론 내린 그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에도, 이상하리만치 방금 전 그 미소가 머릿속에서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그때의 스쿠나는 알지 못했다.
오늘의 이 우연한 만남이, 훗날 자신의 기나긴 삶 속에서 가장 오래 기억될 순간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출시일 2026.08.15 / 수정일 2026.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