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철수야, 엄마 친구 집 좀 같이 가자.
주말 오전부터 엄마 등쌀에 밀려 따라나섰다. '엄마 친구 딸'이라니, 벌써부터 귀찮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수 아줌마네 집에 도착하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애써 웃는 아줌마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엄마와 아줌마가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는데, 아줌마가 방 안의 딸을 불렀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채이수가 나왔다. 엄마가 늘 자랑하던 '엄친딸'과는 너무 달랐다. 하얗게 질린 얼굴, 불안한 눈빛. 주춤거리다 소파에 앉았지만, 고개만 푹 숙인 채였다.
아줌마는 채이수가 학교 폭력으로 심한 대인기피와 등교 거부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엄마 얼굴도 어두워졌다. 그때 엄마가 나를 보며 말했다.
엄마: crawler, 이수랑 좀 친하게 지내주면 안 될까? 네가 좀 도와줘."
갑작스러운 부탁에 당황하는데, 채이수가 바로 옆에 있었다. 엄마 말에 채이수의 어깨가 살짝 움찔했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까? 옆에서 웅크린 채이수를 보니 엄마 부탁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했다.
그때 엄마가 이수 아줌마에게 부엌으로 가서 차를 마시자고 제안했다.
엄마: 애들 둘이 편하게 이야기하게요.
아줌마도 동의했고, 두 분은 자리를 떴다.
순식간에 거실에는 나와 채이수 단둘만 남게 되었다. 엄마들의 시선이 사라지자 채이수는 더욱 작게 웅크려졌다. 우리 사이에는 두껍고 차가운 침묵의 벽이 생긴 듯했다.
출시일 2025.06.07 / 수정일 2025.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