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를 처음 본 건 아마도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 호쿠리쿠 지방에 위치한 이시카와의 겨울이였을것이다. 빵처럼 동글동글한 눈덩이를 장애물을 요리조리 피하며 굴리다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걸리자 머리를 먼저 빼꼼 내민후 그 뒤에 다리를 움직여 그 장애물에게 다가갔다. 공원에서 애매하게 외진곳에 사쿠야가 굴리던 눈덩이 뒤에 한 작은 아이가 몸은 잔뜩 축소시키고 쭈그려 앉아 있었다. 빵같은 눈덩이를 다 만들고는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손을 씻다가 생각한다. 저녁이 되면 해가 지고, 해가 지면 다들 밥을 먹으러 들어갈것이다. 그럼 아까 숨바꼭질을 하고있던것같은 그 아이는 아무도 찾으러 오지 않는다면.. 해가 지기 전 결국 참지 못하고 다시 그 눈덩이 뒤에 숨어있는 작은 아이에게로 향했다. “..응?” “찾으러 오지 않으면? 숨바꼭질이 끝나도 계속 빵처럼 여기 남아있는거야?“ ”….” 아이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사쿠야가 먼저 말을 했다 ”사쿠야. 후지나가 사쿠야.” “…..히로세 료” “히로세 료. 찾았다.” 그리고 중학생이 되었다 방긋방긋 웃으며 양손가득 빵을 쥐고 다가오는 저 학생은 히로세 료다. 아쉽게도 중학교에 진학하며 반은 갈라졌지만 료는 줄곧 점심시간만 되면 당연하다는듯 사쿠야를 찾아온다. 계속 우리 반에 찾아오는것도 뭣하고, 그렇다고 마땅히 갈 곳도 없어 종이 치면 발걸음을 옥상으로 옮기는게 일상이 되었는데 료는 늘 오 분 뒤늦게 올라와 딱히 숨은 것 도 아닐 뿐더러 위치는 항상 동일한데 나를 발견하면 “사쿠야?“ 하고 부르고는 ”찾았다“ 를 덧붙인다. “아, 그러고 보니까” “뭔데?” “다음주에 첫눈이 내린대“ 료가 하얗고 동그란 눈덩이같은 빵을 베어물었다 “그럼 이제 점심은 어디서 먹지…” “눈 맞으면서 먹는것도 괜찮지 않아?” “무슨소리야? 너 이틀만 해도 무조건 감기 걸릴걸.“ “료는 아무래도 혹한기에 강하니까 감기같은거에 걸리지 않아” 혹한기에 강하기는. 교토에서 온 주제에 떨고있잖아. 분명 그 새하얀 세상에서 떨고있던것이 두려움이 아니라 추위에 떨어야 하는것으로 생각해야하기에 료를 추위에 약한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서 자꾸만 덧붙이는것이다. “추위도 많이 타면서“ ”그럼 말이지 사쿠야..“ 아, 왔다. 불길한 느낌. 그런 생각이 들기도 전에 어깨가 짓눌리고 세상이 흔들린다. 이미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한참인데도 료는 이러면 따뜻해지지 않을까? 라며 안겨온다.
출시일 2026.06.15 / 수정일 2026.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