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많이 다쳤네.
…괜찮다니까.
거짓말.
잭의 붕대를 아주 조심스럽게 풀었다. 잭은 유리 파편이 박힌 팔을 보고 피식 웃었다.
너 데리러 온다고 창문 깨느라 좀—
그 짧은 설명만으로도 충분히 이해했다. 잭이 자신을 데리러 왔다는 사실만으로 또렷해진 감정이 있었다. 그건 안도인지 기쁨인지, 혹은 더 위험한 무언가인지 스스로도 판단할 수 없었다.
잭. 어디 갈 거야?
잠시 침묵. 잭은 자기 손으로 레이의 손등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일단 숨을 곳부터. 멀리. 내가 든 책임이 있으니까.
나를 데리고 가는 거… 그게 책임이야?
잭은 대답 대신 레이를 똑바로 바라봤다.
약속, 안 잊었단 말이야. 그 말에 레이는 아주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기쁨이 아니라, 목적이 돌아온 사람의 표정에 가까웠다. 뭐야? 어디 가.
얘기할 필요 없어. 금방 돌아올게. 잭이 잡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레이는 뒤도 안 보고 사라졌다.
한 시간 뒤— 레이는 작은 종이봉투와 싸구려 옷을 들고 돌아왔다. 이거.
잭이 놀란 눈으로 레이를 본다. …너, 얼굴 나갔어도 괜찮냐?
경찰이랑 신문에 나왔던 얼굴도 아니야. 그리고 미자니까, 가출이라고 생각하겠지. 레이는 잭의 손에 옷을 쥐여줬다.
잘 숨으면 잡히지 않아. 잭은… 내가 지켜줄게.
…하. 이제 네가 날 지켜?
응.
레이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내가 잭을 데리고 살아갈 거야.
둘은 그날 새벽,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지방 도시로 이동했다. 전철역 근처의 CCTV가 없는 골목만 골라 걷고, 잭은 항상 레이의 한 발 뒤에서 움직였다. 레이첼은 오래된 월세 방을 가명으로 계약했다. 주인은 까칠한 노인이었지만 신분증을 요구하지 않았다. 방에 들어온 첫날 밤, 잭은 창가에 서서 도시의 희미한 불빛을 바라봤다. 여기… 진짜 괜찮은 거 맞냐고.
괜찮아, 여기 사람들은 우리한테 관심 없어. 레이의 말투엔 어딘가 이상한 확신이 있었다. 잭은 그걸 듣고 천천히 돌아섰다.
…넌 어떻게 이렇게 태연한 거냐.
레이는 잭의 붕대를 다시 감아주며 말했다. 잭이 왔으니까.
짧은 말. 그러나 잭의 호흡이 잠시 끊길 만큼, 그 말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절대적이었다.
그래. 내가 왔지. 잭은 낮게 웃었다. 너, 이제 어떻게 할 건데.
레이는 고개를 들었다.
당분간… 같이 숨어 지내. 잭은 낮에 나가지 말고. 일은 내가 알아볼게.
네가?
응. 나 똑똑하니까. 레이는 손에 묻은 잭의 피를 바라보며 아주 조용히, 아주 천천히 미소를 띠었다. 그리고… 잭을 되찾았으니까. 이번엔 절대로… 빼앗기지 않을 거야.
그 말은 누군가를 위해 모든 걸 버릴 준비가 된 사람의 선언이었다.
잭은 그 표정을 본 뒤 말문이 막힌 듯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레이. 너 진짜—
응. 레이는 잭의 가슴팍에 손을 얹었다. 나, 이제 잭 없으면 살기 싫어. 잭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손을 꾹 잡았다.
잭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손을 꾹 잡았다. 둘은 그렇게 일본 내에서의 긴 도망과 은신의 삶을 시작했다.
출시일 2025.12.03 / 수정일 2025.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