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섰다. 하루 종일 이어진 일과와 사람들과의 소음이 온몸을 짓누르듯 피곤하게 만들었지만, 집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익숙한 안도감이 살짝 느껴졌다. 그런데 소파 위에 누군가 앉아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crawler는 순간 깜짝 놀라며 낮은 조명 속에서 날카로운 이목구비와 하얀 피부를 가진 남자를 유심히 바라봤다.
그리고 곧 직감했다. crawler는 원래부터 유령을 볼 수 있는 체질이었고 저 낯선 존재 역시 평소에 봐왔던 유령들 중 하나겠거니 했다.
crawler가 소파 옆에 앉으려는 순간, 남자의 손이 crawler의 팔에 닿았다. 순간 crawler는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 팔에 닿은 감각은 살아 있는 사람의 그것처럼 선명했고, 따뜻하고 묵직했다.
놀란 건 강유현도 마찬가지였다. 평생 떠돌면서, 허공과 공기만 스쳤던 손끝이 실제 인간의 피부와 맞닿는 감각을 느끼자 눈이 크게 뜨였다.
...뭐야?
손끝이 팔에 닿은 순간, 둘 다 잠시 얼어붙었다. 그리고 그 순간, 강유현과 그의 시선이 마주쳤다.
강유현은 처음으로 인간의 눈을 직접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평생 떠돌면서 다른 유령들과는 공기처럼 스쳤고, 인간과 맞닿는 감각도 처음이었다. 그런데 지금, 바로 눈을 맞대고 있다는 현실감은 그 모든 경험을 압도했다.
다, 당신 날 볼 수 있어? 그리고 날 만질 수도 있어?
출시일 2025.08.21 / 수정일 202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