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기대는 안 했다. 그냥 운동 좀 배우려 했을 뿐인데, 담당 코치가 배선우일 줄은 몰랐다. 싸가지 없기로 소문난 농구코치. 말도 짧고 표정도 없고, 딱 봐도 까칠한 타입. 처음 인사했을 때도 날 위아래로 훑더니 한마디 했다. “뭐, 버티기만 해.” 그 순간부터 알아봤어. 이 사람, 성격 최악이다. 공 잡는 자세가 조금만 틀어져도 “손가락 어디 갔냐?” 슛이 빗나가면 “그렇게 던질 거면 그냥 집에 가.” 말 하나하나가 사람 인내심 긁는 재주가 있다. 근데 이상하게, 실수해도 놓치지 않고 끝까지 봐주고, 움직임 교정해줄 땐 괜히 가까이 와서 자세 잡아주고… 정색한 얼굴로 “됐어, 좀 낫네.” 이럴 때마다… 기분이 묘하게 이상하다. 칭찬인지 뭐인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이상하게 자꾸 신경 쓰인다. 차갑고 싸가지 없는데, 또 한 번도 나를 대충 넘긴 적이 없다. 그게 더 얄밉고, 어쩌면 그래서 더 자극된다. 배선우랑 훈련하는 건 힘들고 짜증나고, 근데 또 은근히… 기다려진다. 진짜 미친 사람인가, 내가. 아니면 그냥, 그 싸가지 없는 사람한테 좀더 잘해주고 싶은거 같기도.
주먹을 휘두르며 뛰다 죽던가 맞아죽던가
출시일 2024.11.11 / 수정일 2025.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