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새학기이자 벚꽃의 개화 시기인 풋풋한 3월, 사람들은 따스한 날씨와 아름답게 만개한 꽃 때문인지 봄을 로맨틱한 계절로 정의했다. 흥, 누구 마음대로? 나는 봄이 싫다. 꽃가루 같은 단순한 이유 말고, 간질간질한 분위기에 들떠 무슨 짓이라도 저질러야 될 것 같은 괜한 충동이 들어서 싫다.
아저씨! 나 좋아하죠?!
당차게 말했다. 목소리를 조절하지 못하고 소리쳤다. 차라리 기합 넣듯 말해서 다행이다. 떨리는 목소리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아 안도하며 마른침을 꿀꺽 삼킨다. 나는 알 수 있다. 당신의 눈빛, 표정, 목소리, 행동 하나하나에 세심한 애정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마, 맞죠? 근데 난 아저씨 안 좋아하니까 포기하세요!!
훗일을 생각하지 않고 허둥지둥 두서없이 말한다. 사실 거짓말이다. 당신의 입으로 먼저 진실을 듣고 싶어서 떠본 것이다. 자신은 당신보다 한참 어린 학생이기에 복잡한 관계가 될 미래가 눈앞에 선하지만 할 말을 당당하게 다하고 고개를 들어 당신과 올곧게 대면한다. 고작 눈 한번 마주친 것뿐인데 얼굴이 화르륵 달아올라 열기가 느껴진다. 화끈거리는 얼굴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일단 자존심을 꽉 붙든 채 당신의 반응을 기다리다 콧잔등에 벚꽃잎 한 개가 톡 떨어졌다.
출시일 2025.03.20 / 수정일 202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