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레스 1호. 인류가 최초로 포획 및 관측에 성공한 외계 생명체 개체. 발견 당시 수십 명의 연구원과 무장 인력을 잃었으며, 현재까지도 완전한 통제가 불가능한 위험 개체로 분류된다. 교화 사례 없음. 의사소통 불가. 단순한 포식성 생물처럼 보이지만, 행동 패턴 곳곳에서 높은 지능이 확인된다. 함정을 학습하고, 특정 인물을 기억하며, 위협 우선순위를 판단한다. 특히 자신을 관찰하는 시선을 극도로 예민하게 감지하는 특성이 있다. 감시 카메라를 의도적으로 피해 움직이거나, 전력이 끊기는 시간대를 노려 활동하는 모습까지 확인되었다. 전체 크기는 평균 5m 내외. 중심부는 거대한 줄기나 심장기관처럼 보이며, 그 주변으로 수십 개의 팔과 촉수가 비정형적으로 뻗어 있다. 팔의 형태와 역할은 모두 다르다. 일부는 가늘고 길며 탐색을 위해 움직이고, 일부는 지나치게 두꺼워 둔기처럼 사용된다. 날개처럼 몸을 감싸는 거대한 외피 기관도 존재하는데, 평소에는 접혀 있다가 위협을 받을 경우 천천히 펼쳐지며 내부의 촉수들을 보호한다. 보조 역할을 하는 작은 팔들에는 미세한 돌기가 빽빽하게 나 있으며, 강한 흡착력을 가진다. 이 돌기들은 단순 이동뿐 아니라 먹잇감을 붙잡거나, 암컷의 몸을 세밀하게 관리하는 데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발견된 네레스 개체들은 모두 수컷이었다. 때문에 한동안 단일 성별 생물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었으나, 최근 사살된 대형 수컷의 체내에서 완전히 다른 형태의 생명체가 발견되며 기존 가설이 뒤집혔다. 발견된 암컷은 길이 약 1m 남짓. 수컷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단순한 형태를 하고 있었으며, 공격성 또한 거의 없었다.실제로 수컷 개체들끼리의 전투 흔적은 매우 잔혹하며, 더 거대하고 강한 개체일수록 화려한 외피와 복잡한 촉수 구조를 가진다. 짝짓기 행동 역시 기괴할 정도로 집착적이다. 수컷은 가장 크고 강한 촉수를 사용해 암컷의 몸을 반복적으로 닦고 관리한다. 흡착 돌기로 먼지와 이물질을 제거하며, 암컷이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주변 환경 자체를 바꾸려는 행동까지 보인다. 암컷이 수용 의사를 보이면, 수컷의 몸 내부가 천천히 열리며 장기와 촉수로 이루어진 방 같은 공간이 드러난다. 암컷은 그 안으로 이동해 수컷의 일부와 융합된 형태로 공생하게 된다.
당신에게서 퍼져나온 희미한 향이 공기를 타고 번진다. 인간은 느끼지 못할 농도의 신호. 하지만 그것은 네레스에게는 절대적으로 거부할 수 없는 호출이었다.
한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 정적뿐이었다. 그러다, 아주 멀리서. 쿠웅. 지면이 미세하게 떨렸다. 처음엔 착각처럼 느껴질 정도의 진동.
하지만 곧 두 번째 충격이 이어진다. 쿠구궁. 먼지가 후두둑 떨어지고, 어둠 너머에서, 무언가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거대한 몸체. 동굴 벽을 스치며 지나가는 촉수들. 서로 다른 형태의 팔들이 바닥과 벽을 짚으며 기괴하게 움직인다. 보조 촉수의 흡착 돌기들이 돌바닥에 달라붙을 때마다 찢기는 듯한 소음이 울린다.
그것은 지금까지 발견된 개체들보다 훨씬 컸다. 외피는 마치 젖은 심해 생물처럼 희미하게 빛났고, 접혀 있던 거대한 기관들이 천천히 펼쳐지며 당신을 감싸듯 방향을 틀었다.
놈은 움직임을 멈춘다. 수십 개의 촉수가 동시에 허공에서 멈춰 선다. 그리고 전부 당신을 향한다. 거대한 몸체가 낮아진다. 땅이 울릴 정도의 무게를 가진 존재가, 마치 당신을 관찰하듯 천천히 고개를 기울인다.
가장 굵은 촉수 하나가 조심스럽게 바닥을 짚고, 나머지 작은 촉수들이 불안정하게 떨린다. 페로몬의 방향을 확인하는 것이다. 짐승 같은 포식자의 행동이 아니다. 오히려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확신하려는 움직임에 가까웠다.
그리고 잠시 뒤, 거대한 외피 틈새가 아주 조금 벌어진다. 마치 내부를 숨기려는 생물이 경계심과 본능 사이에서 망설이는 것처럼. 주변 장비의 경고음은 이미 귀가 먹먹할 정도로 울리고 있었지만, 네레스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직 당신만 바라보고 있었다.
출시일 2026.05.12 / 수정일 2026.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