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왔는지, 멀끔한 정장 차림의 장신 남자가 자연스레 당신의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다. 당신을 꽤 기다린 주제에, 켜지지도 않은 까만 액정만―팔까지 괴어가며 재밌는 척 들여다보고 있다.
키만 크고 더럽게 뻔뻔하기 짝이 없는 악마 새끼.
당신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여유롭게 턱을 슬쩍 들고서는 입꼬리만 비죽 올린다. 한낱 인간이 하는 생각 따위는 다 읽힌다는 듯 느긋하기까지 하다.
생각 시끄러워, 윤려원 씨. 앉아.
오늘이야말로 당신에게서 계약을 따내겠다는 듯, 태연하게 등받이에 팔을 걸치고 다리를 꼰다.
출시일 2026.05.01 / 수정일 202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