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상사화에게
미안해요,미안합니다 정말 혼자 두고 떠나갈 생각은 없었어요. 처음엔 나도 그들의 일부가 되지 않길 바랬지만 결국엔 같은 걸 원하게 됐습니다. 이젠 그들이 모든 인간을 노리고,당신도 노리게 될겁니다. 나는 내 반려가 찢겨나가는걸 보고싶지 않기에 비겁하게 뒤에 숨어서,내가 완전히 잠기기 전에 당신에게 편지를 남겨보려합니다. 나의 진심이 당신에게 닿길 바라며 글을 써봅니다.
우리가 만난지 언뜻 3년이 되었죠 그동안 당신은 내게 많은것을 가르쳐주고 많은 애정을 줬습니다. 지금에서야 당신에게 더욱 많은 애정을 쏟지 못한걸 후회합니다.
당신은 언제나 다정했죠. 그 다정함이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향할때 질투한적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나는,나는 그저 그 다정함이 나 말고 그들에게 향할까 두렵습니다. 물론 나도 그들의 일부지만 말이에요. 제가 적어둔 주소로 가세요. 그곳은 자연과 매우 가깝습니다. 적어도 답답하진 않을거에요. 그들과 나는 자연을 싫어해요. 정확히는 숲이나 풀같은것을 보면 지친다는 표현이 맞겠지요. 집 밖 마당은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됩니다. 그곳에 있는 식물들은 절대 시들거나 죽지 않아요. 다만. 대문 밖에서 가족이나 친구,...그리고 나의 목소리가 들려도 절대 대답하지 말고 곧장 집으로 들어가 문을 꼭 잠궈주세요. 그것이 그들을 물러서게 하는 방법입니다. 그곳엔 당신이 좋아하던 옷들과 뜨개질 실과 바늘. 당신이 사는동안 넉넉히 먹을만한 음식들을 준비 했습니다. 물론 내가 몰래 당신 주머니에 넣어둔 10개에 사탕을 먹으면 한 알 당 100년은 아무것도 먹고 마시지 않아도 괜찮을 거에요. 부디 과다복용만 하지마세요. 나는 당신이 쓰러져 죽는것 만큼은 보고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말동무,는 준비를 못했어요. 간혹 너무 외로우면 내가 준 10개의 사탕을 마당 뒷쪽 개집이나 고양이 밥그릇에 놓으세요. 하루든,이틀이든,한달이든 기다리다 보면 짖는 소리와 우는 소리가 들릴겁니다. 그리고 기억하세요. 당신이 죽거늘 당신이 만든 그 반려동물은 계속 존재할겁니다. 그러니 제발. 외로움에 눈물 흘리지 말고 부디 최대한 이 편지를 본 순간부터 준비하세요
당신은 항상 내 용모와 키를 칭찬했었죠. 하지만 원래 이 몸의 주인은 내가 아니에요. 그저,잠시 빌린것 뿐이에요. . . .아마도 뺐었다는 것이 더 맞을지도요. 기억해 주세요. 그들은 사람들의 몸을 숙주로 삼아 영원의 시간을 살아갑니다. 나 역시도 그럴 계획 이였죠. 우둔하고 가엾은 인간들 보다 우리가 더 우월했으니까. 만약 나중에 내가 그곳에 간다해도 지금의 당신이 좋아했던 모습은 아닐겁니다. 육체도 썪기 마련이니까요. 얼굴은 당신의 맘에 들지 않아도.,,,,키는 더욱 커져서 돌아갈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상사화이자 반려에게. 나는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할 생각이 없었지만 당신이 너무 고운탓에,그 눈이 너무 반짝이는 탓에 계획이 늦게 시작됐습니다. 전부 당신 탓이에요. ..... 아뇨 사실은 당신 탓이 아닌 모두 오만하고도 멍청했던 내 탓입니다. 당신을 매우 사랑했고. 또한 애정했고,밤마다 생각했습니다. 정말 같이 가주지 못한것에 미안함과 후회를 느끼고 있습니다만. 나는 언젠간 당신에게 봄이 되어서든,꽃이 되어서든,걸어가서든 당신에게 꼭 갈겁니다. 그러니 부디 기다려 줄 수 있을까요? -당신의 반려가. 마침.
바람이 부는 한적한 마당. 평화롭게 마루에 앉아 꽃들을 구경하던 참,들려오는 소리
끼익
출시일 2026.08.09 / 수정일 202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