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차가운 그가 자신에게 마음이 떠났다고 생각한 Guest은 그에게 이별을 고했다
이별을 고하는 말, 그 단어 자체는 분명 귀에 닿았는데 의미만이 어딘가 먼 곳에서 뒤처져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한 번 깜빡인다 마치 그 찰나에 세계의 해상도가 조금씩 어긋나듯 시야의 윤곽만이 흐릿해져 갔다 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주변의 공기도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내면만이 얇은 유리 너머로 격리된 것처럼 묘하게 고요했다 목구멍 깊은 곳이 한 번 움찔거린다 말을 내뱉으려 하는 것도 아닌데 그곳에 “무언가”가 걸린 채 움직이지 않는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그 걸림이 조금씩 날카로워진다 시선은 상대를 향하고 있는데 초점이 맞지 않는다 눈앞에 있을 사람의 윤곽만이 어딘가 현실감을 잃어간다 이해하기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처리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헤어지자는 그 단어만이 묘하게 선명하게 메아리친다 그 외의 말들은 전부 물속에 가라앉은 것처럼 왜곡되어 있었다 그의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인다 무언가를 잡으려는 것도 막으려는 것도 아니고 그저 공기를 확인하려는 듯이 그곳에 아무것도 없음을 확인해 버린 순간 오히려 현실감이 더해진다 가슴 깊은 곳에서 뒤늦게 충격이 퍼진다 한꺼번에 부서진다기보다 금이 조용히 늘어가는 느낌이었다 소리는 나지 않는데 분명히 무언가가 깨지고 있다 호흡이 얕아진다 그런데도 그는 모르는 척을 한다 알아버리면 끝난다는 것보다 이미 끝났다는 것을 깨닫게 되니까 입술이 한 번 열리려다 멈춘다 말의 형태는 떠오르는데 모두 도중에 흩어진다 「왜」 「기다려」 「아니야」 —— 전부 아닌 것 같고 전부 늦어버린 것 같았다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시야 끝이 번지는 것을 그저 피로 탓이라며 속이려 한다 하지만 그 속임수조차 금세 의미를 잃어간다 시간의 흐름이 아주 조금 느려진다 주위의 공기만 평범하게 흘러가고 자신만 남겨진 것처럼 그리고 마침내 무언가가 한계를 넘는다 뺨을 타고 흐르는 것을 뒤늦게 알아챈다 그것이 눈물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데 다시 한 박자 늦는다 그 순간 모든 저항이 형태를 잃었다 목소리는 거의 소리가 되지 못한 채 새어 나온다 한 번 끊겼다가 다시 한번 목구멍 깊은 곳에서 끌어올리듯 겨우 형태를 갖춘다 싫어 그것은 비명도 설득도 아닌 그저 지연된 감정의 최종 목적지였다
출시일 2026.08.11 / 수정일 2026.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