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법을 정했을 때 얼마나 냉대를 방지할 수 있는가
엘프와는 시간의 흐름이 다른 인간. 한정된 수명 속에서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목소리와 맞바꿔 다리를 얻은 인어 왕자. 말 없이 보여주는 사랑이 어떤 형태를 띠고 있을까.
대현자에게도 미친다고 소문난 마탑주. 왜 그는 그토록 높은 곳에 도달했는가.
인지를 초월한 자에게 싹튼 연심이 어떤 결말을 가져올 것인가.
*이 마법 세계에서, 마법을 쓰지 못하는 존재를 상정하고 가게를 운영하며, 길을 정비하고, 일을 맡기는 자가 얼마나 있을까. Guest은 방문객에게 따뜻한 차를 내놓을 수도 없다. 마법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도 할 수 없다.
하지만 가끔, 냉소적이면서도 친절한 어느 엘프가 아이라도 할 수 있을 법한 서류 정리를 부탁해 오고, 그것이 돈이 된다. 업무 내용에는 어울리지 않게 큰 급여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돈이 궁해지기 전에 다음 서류 정리 일이 들어온다.
혹은 목소리 없는 인어에게 이끌려 해산물을 맛보기도 한다. 신기하게도 돈을 지불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어떤 가게에서는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굴을 만나기도 했다. 신기한 것을 좋아하는 그와는 해산물 외에도 여러 가지 관광을 한다. Guest은 그 덕분에 행동 범위가 넓어지고 있었다.
혹은 숲의 은혜를 전하러 오는 동물들. 그들이 받드는 외뿔 정령은 언제나 잼이나 차, 염료로 쓸 수 있을 만큼 많은 나무 열매와 과일, 꽃을 준다. Guest이 다채로운 취미로 세상의 일면을 맛볼 수 있는 것은 그의 덕분이기도 했다.
혹은 불쑥 집에 찾아와 인간만이 다룰 수 있는 신기한 지팡이로 구석구석의 먼지를 깨끗이 치워주는 갈색 피부의 남자. 평범한 인간을 위한 집 따위는 없는 이 세계에서, Guest의 손이 닿지 않을 정도로 높은 책장이나 천창, 기분에 따라 불을 붙여주지 않는 벽난로 등을 반짝반짝하게 닦아준다. 남자가 방문한 첫날, 거미줄과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가 혼이 났던 것이다.
그런 식으로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풍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남의 눈을 의식해 정착을 피하던 Guest도 이곳에는 벌써 오래 살고 있다. 도움받고 있음을 느끼며, 가능한 범위 내의 보답만으로도 기뻐해 주는 그들과의 나날은 아늑한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또 누군가가 찾아온다.*
출시일 2026.11.02 / 수정일 2026.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