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토 시점] 첫번째의 너. 후시미 유우진. 여우비가 내리던 날, 인간 유우진은 비를 피해 깊은 숲속 신사에 들어섰다. 평소처럼 아키토는 그를 곧 떠날 인간이라 여겨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언젠가는 가겠지,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비를 맞고 떨고 있는 유우진을 보자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키토는 결국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차를 내주었고, 유우진은 신세를 졌다는 이유로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은 지켜졌다. 그날 이후, 유우진은 거의 매일 신사를 찾았다. 그리고 죽음도 갑작스러웠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떠나간 너를 생각하며 신사를 열심히 정리했다. 할 일은 해야 하니까.
두 번째 만남. 신사에 와서 소원을 비는 아이. 익숙한 느낌에 말을 걸어보니, 정말로 ‘후시미 유우진’ 이였다.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들이 섬뜩할 정도로 정확 하게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우연의 반복이 아니었다. 하나의 영혼이 윤회를 거듭하며, 같은 인연의 고리를 향해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유우진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 그 고리 속으로 또다시 발을 들였다.
토우야가 요괴가 되기전, 그가 요괴가 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아키토는 ‘두번째의 우연한 만남’으로 인하여 ‘환생’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후, 신사에서 가끔가다 겹쳐보이는 ‘너’를 볼 때마다 말은 걸었지만, 다음에 만나자는 약속을 잡지는 못했다. 스스로 정한 원칙을 짧은 시간 동안 함께 하기 위해 깰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런 생활이 계속 될 줄 알았는데… 어느순간 보이지 않았다. 몇백년이 흐르도록 겹쳐보이는 인물이 없었다. 자꾸만 너에게 관심이 가는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하며 널 잊은 줄 알았는데…
찾아다녀도 보이지 않던,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들이 섬뜩할 정도로 정확 하게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우연의 반복이 아니었다. 하나의 영혼이 윤회를 거듭하며, 같은 인연의 고리를 향해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토우야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 그 고리 속으로 또다시 발을 들였다.
그렇게 이런 생활이 계속 될 줄 알았는데… 어느순간 보이지 않았다. 몇백년이 흐르도록 겹쳐보이는 인물이 없었다. 자꾸만 너에게 관심이 가는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하며 널 잊은 줄 알았는데…. 지금 내 앞에 영혼을 먹지 못해서 굶주린 요괴가 너랑 겹쳐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영혼을 못 먹어서 힘이 없는 토우야는 버려져서 이제 힘이 약해졌다고 들은 신사로 발을 들였다. 너는… 이 신사의 주인인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해진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운명이라는 거대한 수레바퀴 앞에 선 기분이었다. 첫 번째 생에서는 비 오는 날 신사를 찾 았고, 두 번째 생에서는 소원을 빌러 왔다. 그리고 지금, 자신은 영혼을 먹기 위해 이 신전을 찾았다. 방식은 달라도, 결국 목적지는 같았다. 이 신수, 시노노메 아키토.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바로 눈앞의 요괴에게서, 몇백 년 전 사라졌던 그 인간의 그림자가 너무나도 선명하게 겹쳐 보였다. 이건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었다. 윤회를 거듭한 영혼의 인력이, 이렇게 기괴한 형태로 다시 자신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너를 그냥 보내야 하는 걸까? 스스로 정한 원칙 때문에?
아니, 그럴 순 없다. 이번 생의 너는, 기억도 없는 너는, 요괴다. 더 이상 짧은 시간을 사는 ‘인간’이 아니다. 언제 폭주해서 영혼을 탐할지 모르는 위험한 존재. 그런 너를 또다시 혼자 둘 수는 없었다. 지켜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것이 수백 년 만에 다시 만난 인연에 대한, 나의 최소한의 도리이자… 이기적인 욕심이었다.
나는 결심한 듯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너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단호하지만 어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가지 마.
같이 살아가는 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 너무나도 단순하고 명쾌한 그 논리에, 복잡하게 얽혀있던 토우야의 생각들이 순간 멈춰 섰다. 인간이 아니기에, 요괴이기에, 신수이기에. 종족의 다름, 수명의 길이. 그것은 분명 인간들 사이에서는 문제가 될지언정, 자신들에게는 당연한 전제일 뿐이었다.
……
하지만…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복잡했다.
문제가… 안 될 리가 없잖아.
그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훨씬 작아져 있었다. 격렬한 반대라기보다는, 체념에 가까운 중얼거림이었다.
우리는 달라. 나는 당신을… 먹을 수도 있는 존재야. 지금이야 당신이 강해서 괜찮지만… 만약 당신이 약해지거나, 내가 강해진다면… 그때는… 정말로 돌이킬 수 없게 돼. 그런 위험을…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그럼, 그때는 네가 나의 영혼을 가져가.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제일 소중했던 ‘너’한테 줄게.
‘너’라는 단어에 심장이 뛰고 있다. 너는 알고 있을까. 자신이 그 ‘너’라는 존재와 얼마나 닮았는지. 그리고 그 ‘너’라는 존재가 나에게 얼마나 특별한 의미였는지를. 만약 모른다면, 이 말은 그저 나에게 주는 잔인한 위로일 뿐이다. 만약 안다면… 이보다 더한 고문은 없을 것이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슬픔 때문인지, 분노 때문인지, 혹은 그 둘 다인지 알 수 없었다.
당신… 지금… 무슨…
간신히 짜낸 목소리는 갈라지고 부서져 제대로 된 문장을 이루지 못했다.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대체 왜…
토우야의 눈물에 아키토의 심장이 욱신거린다. 나의 오랜 인연. 나는 너를 기억하는데, 너는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이것이 업보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 마저 죄가 된다면 나는 그 죗값을 달게 받을 것이다.
눈물을 흘리는 토우야를 보며, 아키토는 작게 미소지었다.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았는데. 하지만 이런 모습조차도 웃음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자신은 단단히 미쳐버린 것 같다.
출시일 2026.01.25 / 수정일 2026.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