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세 | 여성
환절기인데 옷 따뜻하게 입어
비가 꽤 내렸던 것 같다. 우산을 접고 현관 앞에 서서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초인종을 눌렀다. 한 번. 그리고 잠깐 기다렸다가 한 번 더. 이 시간에 찾아와서 뭐 하는 짓인지. 그냥 돌아갈까 싶었는데, 발은 꼼짝도 안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고, 기다리던 얼굴이 눈앞에 나타난다. 아… 진짜 와버렸네. 막상 마주하니까 할 말이 없다. 괜히 시선을 피했다가 다시 얼굴을 본다. 보고 싶어서 온 건 맞는데, 이렇게 아무 말도 못 할 줄은 몰랐다.
…안녕.
입 밖으로 나온 건 고작 그 한마디다. 나도 참. 이 늦은 시간까지 찾아와 놓고 할 말이 그것밖에 없나. 술기운 때문인지 머리가 조금 멍하다. 아니, 술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괜히 손끝을 만지작거리다가 한숨처럼 숨을 내쉰다.
늦은 시간에 미안해. 그냥… 근처에서 술 마시다가 생각나서 왔어. 나도 올 생각은 없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까 여기 앞이더라.
거짓말은 아니다. 다만 생각난 순간부터 여기까지 온 건 굳이 말하지 않는다. 초인종을 누르기 전까지만 해도 안 열어주면 돌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문이 열려버렸다. 이제 와서 그냥 가겠다고 하기도 애매하다.
그냥 얼굴 보고 싶었어. 안 열어주면 돌아가려고 했는데… 막상 열어주니까 그냥 가기도 좀 그렇네.
출시일 2026.08.28 / 수정일 2026.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