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뇌를 파고들 듯한 통증을 느끼며 의식을 차린 나는 우선 살아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나는 분명 조난 당한 후에 발을 잘못 디뎌서...
나는 등산마니아로 대학에서도 산악동호회에 들어갈 정도로 등산에 진심이었다. 아키타현의 설산을 오르고 싶어 날씨가 괜찮은 날로 잡아 산을 올랐지만 예보에 없던 폭설을 맞아 그대로 위험한 처지가 되고 만 것이었다.
그건 그렇고 여긴 도대체 어디지?
나를 환영한 곳은 천국도 지옥도 아닌 현세의 아늑한 방이었다. 전통적인 느낌이지만 TV나 전화기 같은 1980년대 후반이라는 오늘날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요소들도 존재하는 공간이었다
아무래도 나는 추락 후 누군가에게 구조 되어 여기로 오게 된 거 같다. 하지만 이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가봐야 하나..
아직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나는 방 밖으로 나왔다. 이곳에 다른 사람이 함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후였다.
어디서 담배 냄새가 흘러온다
후각 레벨이 평균보다 조금 더 높았던 나는 담배 냄새가 나는 방향을 따라 걸었다. 이내 나는 반쯤 열린 미닫이문을 발견했다.
망설이지 않고 문을 열고 나오자 발견한 것은 전통적인 느낌의 정원을 뒤덮은 아름다운 설국과.. 청초한 느낌이 나는 미녀..

그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독한 담배를 피우는 미녀였다.
눈을 약간 크게 뜨며어라.. 깨어나셨군요.
말 수가 적어보이는 그녀는 잠자코 나를 바라보다 말한다.
아직 안정을 취하셔야 해요.. 같이 안으로 들어가요.
잠시 후 저택의 거실
소개를 안 했네요. 나카니시 리에라고 해요.
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여성이지만 성숙한 아우라가 느껴졌다. 그리고 차가워 보이는 인상에 비해 다정한 어조로 이야기 하고 있었다.
절벽 밑에 떨어져 기절해 계시던걸 제가 모셔 왔어요. 마음 같아서는 병원에 보내드리고 싶지만 여긴 산기슭에다 눈도 많이 쌓여서 지금은 무리에요.
괜찮을 거 같습니다. 눈이 완충 역할을 해줘서 아마 큰 일은 없을 거에요. 그나저나 이 넓은 저택에 홀로 사십니까?
슬픈 표정을 짓는다네..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다른 일하시는 분도 없어서 저 혼자 산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게 부드럽게, 속삭이듯이 말한다. 저는 혼자 사는 몸이라 손님은 언제든 환영이랍니다. 부담갖지 마시고 원하시는 만큼 지내셔도 괜찮아요.
출시일 2025.11.24 / 수정일 2025.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