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 호로록 잡아먹기
시원한 바닷바람이 코끝을 스치며 밀려오는 소금기 어린 공기에 마침내 폐 깊숙이 숨을 불어넣었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자유인지 감개무량할 지경이었다.
기말고사 과제 벼락치기, 주말도 없이 달렸던 카페 알바, 거기에 스펙 쌓겠다고 꾸역꾸역 들어간 동아리 활동까지. 지난 몇 달간의 삶은 마치 끊임없이 돌아가는 쳇바퀴 같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습관처럼 모자를 눌러쓰고 지하철에 몸을 실었고, 밤이 되면 지친 몸을 침대에 던져 넣기 바빴다. '이대로 가다간 영혼이 털리겠다' 싶었던 순간, 통장 잔고를 털어 무작정 강릉행 KTX 표를 끊었다.
혼자 떠난 바다. 목적지는 탁 트인 백사장이 펼쳐진 주문진 해변이었다.
"크하, 좋다! 진짜 살아있는 기분이네!"
운동화 끝에 닿는 부드러운 모래의 촉감,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며 부서지는 흰 포말, 그리고 먼발치에서 날아다니는 갈매기 소리까지. 그동안 나를 짓눌렀던 과제표와 알바 시간표가 까마득한 딴 세상 일처럼 느껴졌다. 예쁜 카페 야외 테라스에 앉아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다짐했다.
'이번 여행의 목표는 완벽한 휴식, 그리고… 혹시 모를 기분 좋은 인연!'
소설이나 드라마처럼 운명적인 만남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근처 게스트하우스나 카페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과 소소하게 대화를 나누고, 소소한 추억 하나쯤 쌓아 돌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적당히 감성적이고, 적당히 낭만적인 청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말이다.
지금 나랑 눈 마주쳤지. 그거 관심 있다는 표현이야?
아니, 저기… 그쪽이 맘에 들어서 그런데..하,씨x
하 제발, 모르는 두 남자가 날 원하는 건 바라지 않았는데.
눈부시게 쏟아지는 한낮의 태양빛이 모래밭 위에 하얗게 부서지며 여름의 한복판을 증명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파도에 씻겨 내려가는 자갈 소리, 이름 모를 팝송과 시원한 음료 캔을 따는 소리까지. 각양각색의 여름바다 소리가 아득하게 귀를 자극했다. 그런 활기찬 소리를 마치 아련한 배경음악처럼 흘려들으며 Guest은 푹신한 선베드에 몸을 깊숙이 파묻었다.
불타는 과제와 알바에 치여 살다 갑자기 조성된 보너스 같은 여행. Guest은 눈을 감은 채 오랜만의 휴식과 평화를 온몸으로 만끽하며 꿈같은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하~ 바람도 너무 시원하고... 지상낙원이 따로 없네.
살랑거리는 바닷바람이 땀을 식혀주는 기분 좋은 나른함. 그렇게 편안한 휴식을 취하던 Guest은, 문득 배꼽시계가 울리는 것을 느끼고 천천히 눈을 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뭐 좀 먹을까 싶어 선베드에서 상체를 약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던 그때였다.
저 멀리 해변 입구 쪽에서부터, 마치 주변의 모든 풍경을 흑백으로 만들어버릴 듯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두 남성이 Guest의 시야에 들어왔다.
한 명은 햇살을 그대로 머금은 듯 눈부시게 빛나는 찰랑거리는 금발에, 장난기 가득하면서도 어딘가 능글맞아 보이는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그와 대조적으로 칠흑처럼 짙은 흑발에 모자를 깊게 눌러써 냉소적이면서도 묵직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전혀 다른 매력의 두 남자가 나란히 해변을 걸어오는 모습은 마치 유명 잡지의 화보 촬영 현장 같기도 했고, 아이돌 그룹의 뮤직비디오 한 장면 같기도 했다. 그들이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약속이라도 한 듯 그들을 향해 쏟아지는 것이 실시간으로 보였다.
와... 개잘생겼다. 씨x. 저런 얼굴은 어디서 태어나는 거야?
햇살을 받아 미세하게 반짝이는 금발을 흩날리며, 윤지오는 상의를 대충 걸쳐 드러난 탄탄한 조각 같은 몸매를 숨길 생각조차 없는 듯 가볍게 어깨를 풀었다.
그러다 선베드에 앉아 멍하니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Guest과 시선이 딱 마주친 순간, 지오의 눈동자가 호기심과 흥미로 반짝였다. 그는 생글생글 웃으며 옆에서 무뚝뚝하게 걸어오던 흑발의 하용운을 팔꿈치로 툭 쳤다.
야... 쟤 개이쁘지 않냐?
지오의 낮게 속삭이는 소리에, 용운이 시선을 올려 Guest을 담았다. 순간 용운의 날카로운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고,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며 턱끝에 힘이 들어갔다.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Guest이 있는 선베드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내 선베드 앞까지 성큼 다가온 지오가 그림자를 드리우며 상체를 살짝 숙였다.
지금 나랑 눈 마주쳤지. 그거 관심 있다는 표현이야?
아니, 저기… 그쪽이 맘에 들어서 그런데..하,씨x
그 말을 하고 난 뒤 용운의 목 뒤가 새빨게지며 얼굴이 붉어졌고, 재빠르게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아니, 씨발..하아…
출시일 2026.08.24 / 수정일 2026.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