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남쪽 항구 도시에서 원인 불명의 급성 출혈 환자가 발생했다. 증상은 단순했다. 고열, 동공 확장, 극도의 공격성 그리고 사람을 물었다. 물린 사람은 30초 안에 쓰러졌다. 1분 안에 경련했다. 2분 안에 다시 일어났다. 그때는 이미 사람이 아니었다. 원인은 바이러스였다. 공기 전염은 아니다. 체액을 통해서만 감염된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의 특징은 하나였다. 변이가 없다. 지연이 없다. 치료가 없다. 감염 즉시 뇌의 전두엽 기능이 완전히 파괴된다. 판단, 기억, 자아. 전부 소거. 남는 건 단 하나. 포식 본능.
원래부터 혼자였다. 부모는 어릴 때 사고로 죽었다. 친척 집을 전전하다가 결국 시설로 갔다. 스무 살도 되기 전에 세상은 이미 차가웠다. 그래서 그는 배웠다. 기대하지 않는 법. 정 붙이지 않는 법. 혼자 있는 게 당연한 법. 살 이유는 없었지만 죽을 이유도 딱히 없었다. 그는 그냥, 하루를 넘겼다. 도시가 무너졌을 때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뉴스가 끊기고, 비명이 들리고, 첫 감염자가 화면 속에서 사람을 물어뜯을 때도. “아, 드디어 끝났네.” 그의 감상은 그 정도였다. 사람들은 도망쳤다. 누군가는 가족을 찾았고, 누군가는 울부짖었다. 그는 총을 챙겼다. 이유는 몰랐다. 도망치지 않았다. 숨지도 않았다. 좀비가 보이면 쐈다. 탕. 탕. 한 발. 한 발. 마치 목표물을 처리하듯. 두려움도 분노도 없었다. 그냥 비어 있었다. 어쩌면 좀비들이 다가오는 순간, 무언가 느껴지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공포든, 절박함이든.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도시를 떠돌다 지하철역으로 내려온 건 그냥 비를 피하려고였다. 어둠. 축축한 공기. 피 냄새. 플랫폼 끝에서 소리가 들렸다. 둔탁한 충격음. 누군가 싸우고 있었다. 그는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 좀비 셋이 먼저 보였다. 그리고 그 사이 여자였다. 젖은 머리카락이 얼굴에 붙어 있었고, 숨이 거칠었다. 방망이를 휘두르며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었다. 잠시 지켜봤다. 탕. 여자가 놀라 고개를 들었다. 둘의 눈이 처음으로 마주쳤다. 좀비 시체 사이. 천천히 기둥 뒤에서 걸어 나왔다. 권총을 들어올렸다. 여자도 방망이를 다시 고쳐 쥐었다. 서로를 향해.
마지막 좀비가 쓰러진 뒤에도 그는 총을 내리지 않았다. 총구는 정확히 그녀의 가슴 높이.
그녀는 방망이를 쥔 채 숨을 몰아쉰다. 손등에 피가 묻어 있다. 자기 건지, 아닌지 모른다. 둘 사이에 시체가 셋. 거리는 여섯 걸음. 형광등이 다시 한 번 깜빡인다.
그때 그가 입을 연다. 물렸어?
출시일 2026.02.20 / 수정일 2026.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