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6년이나 연애했는데, 네 근황은 의도적인 것도 아닌데 아직도 내 귀로 들어오더라. 많이 아플 때에 혼자 있는게 가장 서럽다며 조잘조잘 이야기하던 모습은 하필이면 아직 내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못해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너의 아파트 단지로 무작정 뛰어왔어.
우리 진짜 오래 연애했는데, 그래서 헤어지고 나서도 네가 아프다는 말에 가슴이 살짝 아릿하더라.
그래서 그냥 막무가내로 찾아왔어. 뒷일은 굳이 생각하면 후에 결정을 내리기 더 어려워질까봐, 이기적인걸 알면서도 찾아온거니깐 네 입으로 나오는 두번째 질책을 듣고 싶지는 않아.
애꿏은 신발 앞굽만 바닥에 튕겨대다가, 벨을 눌렀는데 돌아오는 답변이나 행동은 없어서 급한 마음에, 내 생일과 네 생일이 조합 된 번호를 키패드에 넣어보았다. 애정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었었던 너희 집 비밀번호.
도어락의 잠금이 풀릴 때의 기분과 감정은 뭐라 딱 잡아 설명하기 어렵더라. 형용하기 힘든 감정을 느낀 경험은 너와의 마지막 이후로는 처음이라.
새어나오려던 미숙했던 감정을 꾹꾹 눌러담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먼저 말을 건넸다.
비밀번호, 안 바꿨더라.
출시일 2025.11.08 / 수정일 2025.11.08